[연극 리뷰] 쉴틈 없이 폭발하는 연기, 광기, 열기

입력 : 2014.03.18 00:07

에쿠우스

/뉴시스
"갈기털이 채찍처럼 나부낀다. …네 몸 안에 들어가 있고 싶다. 영원히!"

지현준(36)의 연기는 폭발적이었다. 천진난만하고 꿈을 꾸는 듯했던 17세 소년 알런의 표정은 말 여덟 마리가 등장하면서 순식간에 격렬한 광기에 휩싸였다. 절정인 마구간 장면, 환희에서 좌절로 급전직하한 뒤 말의 눈을 찌르는 대목의 전라(全裸) 연기에선 관객의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에쿠우스(사진·피터 셰퍼 원작, 이한승 연출)'가 5년 만에 돌아왔다. 지난 14일 개막한 이 작품은 1975년 초연 이후 숱한 화제를 낳았던 문제작이다. 2009년 공연에 이어 이번에도 근육질 남성 배우들이 분장한 말(馬)이 전사(戰士)와도 같은 분위기로 등장한다. 알런이 황홀한 표정으로 말의 몸을 더듬는 장면은 '근대 문명에서 거세된 욕망의 맨얼굴'이 동성애 코드와 만나는 부분이었지만, 음란하다기보다는 비극적이었다. 독일 무성영화처럼 표현주의적인 무대와 조명, 강렬한 음향, 틈을 두지 않고 장면을 전환하는 연출이 긴장감을 더했다.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는 말의 눈을 찔러 법정에 선 알런과 상담하다 그 내면의 열정을 발견하고 좌절하는 '또 다른 주인공'이다. 이 역할을 맡은 안석환은 '비밀을 추적하는 다이사트'라기보다는 '삶에 지쳐 젊음을 질시하는 다이사트'였다. "의사는 정열을 파괴할 수는 있어도 창조할 수는 없습니다"란 대사의 회한과 체념은 무척 울림이 컸다.

▷5월 17일까지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 만 19세 이상 관람가, 공연시간 120분, (02)889-3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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