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 원작 좋고 연출자 좋고 몰입은 안되고

입력 : 2014.02.11 23:11

은밀한 기쁨

배우 추상미(오른쪽)가 5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연극‘은밀한 기쁨’의 한 장면. /뉴시스
작은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는 이사벨(추상미)은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른 뒤 가족 사이의 갈등에 휘말린다. 고위 공직자인 언니 마리온(우현주)과 기업가인 형부 톰(유연수)은 알코올에 중독된 계모 캐서린(서정연)을 이사벨에게 슬쩍 떠넘기고, 이사벨의 사업을 도와주는 척하며 세금 포탈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이사벨과 동업자이자 애인인 어윈(이명행)의 사이는 미묘하게 갈라지고, 무대엔 점차 고성(高聲)이 잦아진다.

연극 '은밀한 기쁨'은 부(富)의 축적과 사회적 성공이라는 가치 앞에서 선의(善意)마저 왜곡되는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 해럴드 핀터 이후 영국 대표 극작가로 꼽히는 데이비드 헤어 원작인 데다 2012년 '그게 아닌데'로 많은 상을 휩쓴 김광보가 연출을 맡아 개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무엇보다 관객의 눈길을 끄는 것은 2009년 '가을소나타' 이후 무대를 떠난 뒤 5년 만에 복귀하는 추상미(41)의 존재였다.

그러나 5년이란 공백은 너무 길었다. 지난 10일 공연에서 추상미는 20초에 한 번쯤 미간을 찌푸렸다가 눈을 크게 뜨는 연기를 되풀이했다. 어떤 장면에선 다음 대사 처리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표정처럼 보였다. 대사를 한 번 틀리고 두 번 더듬었으며, 리듬은 곳곳에서 끊어졌다. 상대역인 이명행은 연극 대사를 일상어처럼 말하는 재능을 보여줬으나 추상미와는 서로 다른 곳을 보며 대화하는 것 같았다. 두 주인공의 갈등이 과연 어디서 비롯됐는지조차 알기 어려웠다.

이러다 보니 우현주와 유연수 등 조연의 노련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연극의 주제는 제대로 전달되기 어려웠다. "사람들은 왜 가난하게 사는 게 현명한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처럼 곱씹을 만한 대사들도 큰 울림을 주지 못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지…"라는 추상미의 대사는 마치 자신에게 하는 말인 것 같았다. 물론 한동안 TV에 나오지 않았던 잘 알려진 연기자를 무대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것이 연극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면 흠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공연시간 110분, 3월 2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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