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2.09 23:48
[김성녀, 모노극 '벽 속의 요정' 10년]
꼬마부터 할머니까지 1人 32役… 실제 나이 잊게하는 그녀의 연기
"삶의 연륜 관객이 알아봐 주시죠"
"아유~ 안녕하세요? 놀라셨죠? 저는 시집가기 전날 밤처럼 설레네요."
지난 4일 서울 명동예술극장, 배우 김성녀(64)는 갑자기 객석 뒤쪽에서 나타나 관객에게 살갑게 말을 걸었다. 모노드라마 '벽 속의 요정' 10년 기념 공연의 첫날이었다.
배우는 단 한 명이다. 평상과 의자, 함(函)만 놓여 있는 무대는 무척 단조롭다. 그런데도 두 시간 동안의 공연은 군상(群像)이 쏟아내는 긴 이야기가 쉴 새 없이 펼쳐져 대하드라마를 보듯 다이내믹하다. 김성녀라는 배우의 힘이다. 그를 지난 7일 명동예술극장 분장실에서 만났다.
"첫 공연 때 기립 박수를 받고 '앞으로 10년은 더 하겠다'고 소리질러 버렸죠." '벽 속의 요정'은 스페인 내전 당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을 극작가 배삼식이 우리 현실에 맞게 번안한 작품이다. 6·25 때 이념 시비에 휘말려 벽 속에 숨어 지내야 했던 아버지와 가족의 이야기가 1940년대부터 반세기 동안 펼쳐진다.
지난 4일 서울 명동예술극장, 배우 김성녀(64)는 갑자기 객석 뒤쪽에서 나타나 관객에게 살갑게 말을 걸었다. 모노드라마 '벽 속의 요정' 10년 기념 공연의 첫날이었다.
배우는 단 한 명이다. 평상과 의자, 함(函)만 놓여 있는 무대는 무척 단조롭다. 그런데도 두 시간 동안의 공연은 군상(群像)이 쏟아내는 긴 이야기가 쉴 새 없이 펼쳐져 대하드라마를 보듯 다이내믹하다. 김성녀라는 배우의 힘이다. 그를 지난 7일 명동예술극장 분장실에서 만났다.
"첫 공연 때 기립 박수를 받고 '앞으로 10년은 더 하겠다'고 소리질러 버렸죠." '벽 속의 요정'은 스페인 내전 당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을 극작가 배삼식이 우리 현실에 맞게 번안한 작품이다. 6·25 때 이념 시비에 휘말려 벽 속에 숨어 지내야 했던 아버지와 가족의 이야기가 1940년대부터 반세기 동안 펼쳐진다.
김성녀는 다섯 살 꼬마부터 교복 입은 여학생, 웨딩드레스 입은 신부, 엄마·아빠와 할머니, 건달·경찰에 이르기까지 1인 32역을 쉴 새 없이 연기한다. 순식간에 다른 가면을 쓰는 변검(變�)처럼, 표정과 목소리는 물론 감정까지 금세 바뀌는 연기에 관객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제일 어려운 장면은 2막 처음에 나오는 20대 처녀 역할이었어요. 몸을 살랑살랑 흔드는 게 징그럽게 보일 것 같아서…. 오히려 꼬마 연기는 쉬웠어요. 아이와 할머니는 천진난만하다는 점에서 통하잖아요." 그런데 어떤 역할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들은 김성녀의 실제 나이를 잊는다.
남편이 생계를 위해 베를 짜는 장면은 특히 경이적이다. 그러지 말라고 울부짖는 아내의 표정은 한순간에 '허허… 괜찮소' 하며 웃는 남편의 표정으로 바뀐다.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꼈던 슬픔과 기쁨 같은 온갖 감정이 체화돼서 연기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젊은 나이에 미모나 재능만 가지고 이 연극을 했다면 이렇게 오래 하기는 불가능했겠죠." 그는 "삶의 연륜(年輪)을 관객이 알아봐 주시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그 '연륜'은 체력의 소모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젠 분장실에 간이 침대를 갖다 놓고 극이 끝나면 누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무대 인생은 무척 길고 폭넓다. 여성 국극 배우였던 모친을 따라다니며 다섯 살 때부터 천막 극장 무대에 아역으로 올랐다. '비둘기 자매'라는 1970년대 걸그룹 멤버로 '까투리 사냥'을 불렀고, '전원일기'에서 금동이 생모로 나온 것을 시작으로 '지금 평양에선'(최은희 역) '서울뚝배기'(도지원 계모 역) 같은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연극계에선 정극·뮤지컬·창극·마당놀이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했다. 현재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기도 하다.
이런 다채로운 경력과 배역들은 '벽 속의 요정'에 종합 선물 세트처럼 녹아든다. 연극은 청아한 음성을 들려주는 뮤지컬이 되기도 하고, "비가 오면 질척~ 질척~, 바람이 불면 흙먼지가~ 쌓이고~"처럼 전통적 입말이 녹아 있는 대사에선 창극의 요소를 보여준다.
"예전에는 웨딩드레스 입은 딸을 아버지가 문틈으로 몰래 보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 지금은 아버지가 죽기 직전에 가족에게 용서를 구하는 장면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어요. 가족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 힘인지 많은 관객이 공감해 주십니다."
▷'벽 속의 요정' 16일까지 명동예술극장, 1644-2003
"제일 어려운 장면은 2막 처음에 나오는 20대 처녀 역할이었어요. 몸을 살랑살랑 흔드는 게 징그럽게 보일 것 같아서…. 오히려 꼬마 연기는 쉬웠어요. 아이와 할머니는 천진난만하다는 점에서 통하잖아요." 그런데 어떤 역할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들은 김성녀의 실제 나이를 잊는다.
남편이 생계를 위해 베를 짜는 장면은 특히 경이적이다. 그러지 말라고 울부짖는 아내의 표정은 한순간에 '허허… 괜찮소' 하며 웃는 남편의 표정으로 바뀐다.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꼈던 슬픔과 기쁨 같은 온갖 감정이 체화돼서 연기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젊은 나이에 미모나 재능만 가지고 이 연극을 했다면 이렇게 오래 하기는 불가능했겠죠." 그는 "삶의 연륜(年輪)을 관객이 알아봐 주시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그 '연륜'은 체력의 소모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젠 분장실에 간이 침대를 갖다 놓고 극이 끝나면 누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무대 인생은 무척 길고 폭넓다. 여성 국극 배우였던 모친을 따라다니며 다섯 살 때부터 천막 극장 무대에 아역으로 올랐다. '비둘기 자매'라는 1970년대 걸그룹 멤버로 '까투리 사냥'을 불렀고, '전원일기'에서 금동이 생모로 나온 것을 시작으로 '지금 평양에선'(최은희 역) '서울뚝배기'(도지원 계모 역) 같은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연극계에선 정극·뮤지컬·창극·마당놀이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했다. 현재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기도 하다.
이런 다채로운 경력과 배역들은 '벽 속의 요정'에 종합 선물 세트처럼 녹아든다. 연극은 청아한 음성을 들려주는 뮤지컬이 되기도 하고, "비가 오면 질척~ 질척~, 바람이 불면 흙먼지가~ 쌓이고~"처럼 전통적 입말이 녹아 있는 대사에선 창극의 요소를 보여준다.
"예전에는 웨딩드레스 입은 딸을 아버지가 문틈으로 몰래 보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 지금은 아버지가 죽기 직전에 가족에게 용서를 구하는 장면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어요. 가족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 힘인지 많은 관객이 공감해 주십니다."
▷'벽 속의 요정' 16일까지 명동예술극장, 1644-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