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1.16 23:56
[창단 30주년 맞은 극단 '목화'와 연출가 오태석]
실험적·감각적 작품 올려와… 박영규·성지루·유해진 배출
30주년 개막작은 '자전거', 6·25 전쟁의 상흔 다뤄
연출가 오태석(74)의 연극을 보는 것은 드문드문 조약돌을 밟고 겅중겅중 개울물을 건너는 지적인 유희다. 개울물 사이로는 오태석 연극의 '사(四)형제', 생략·비약·의외성·즉흥성이 출몰한다. 심심풀이로 보려는 이들에게는 이보다 골치 아픈 연극이 없다. 그런데도 오태석은 "안 쓰던 머리를 쓰게 되니 어찌 즐겁지 않으냐"고 한다. 조약돌 몇 개만 놓아주고 혼자 건너편에서 껄껄 웃는 거장. 오태석의 극단 '목화'가 올해로 창단 30주년을 맞았다. 목화는 창단작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현재 공연 중인 '자전거'까지, 한국적 정체성을 회복하자는 움직임의 선두에서 실험적이며 감각적인 작품을 올려온 연극계의 버팀목이다.
마흔넷 되던 1984년 오태석이 '오사단'으로 불리던 배우 20여명을 데리고 내건 문패 '목화'에는 "연극은 갈등"이라는 그의 철학이 담겼다. "딱딱한 껍데기 안에 부드러운 섬유질이 들었잖아요. 두 세계를 품은 목화처럼, 우리끼리 좋은 연극 하려고 다투고, 사회와도 갈등 하자고 지은 이름이지요."
목화는 거쳐 간 단원들의 이름만으로도 빛난다. 오태석은 "못생긴 사람 보려면 목화 가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못난이'들만 모였다"고 말했다. '못난이'라고 해놓고서는 예뻐 죽겠다는 듯 "할 수 있다는 굳은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라, 외모하곤 상관없다"며 자랑했다. '못난이' 계열은 결코 못나지 않은 박영규로부터 유해진, 김응수, 성지루, 황정민(女), 손병호, 한명구, 장영남 등이 있다. 이들은 짧게는 3~4년, 길게는 20년을 지내다 나갔다. 오태석은 단원에게 '현실과 부딪히는 시간은 최소로, 연습실에 틀어박혀 허구에만 빠져 있으라'고 주문한다. 감옥이나 다름없는 극단 생활을 자청한 '연극 포로'들은 20대에 젊은 피로 버티다 서른다섯 무렵 극단을 떠난다.
30년간 두 번의 고비가 있었다. 1990년 '운상각' 직전, 공연 없는 허송세월을 버티지 못한 단원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남은 단원은 단 한 명. 그게 한명구(제21회 이해랑연극상 수상자)였다. 첫 고비는 대학 후배들이 새로 입단하며 어렵게 넘겼다. 1997년 전무송과 이호재를 불러 역사극 '천 년의 수인'을 할 때는 두 배우의 개별 계약이 문제가 됐다. 동인제 극단에서 단체 계약이 아닌 특혜가 웬 말이냐고 단원들이 반발했다. 잇따라 이탈한 일부를 다독여 간신히 수습했다.
마흔넷 되던 1984년 오태석이 '오사단'으로 불리던 배우 20여명을 데리고 내건 문패 '목화'에는 "연극은 갈등"이라는 그의 철학이 담겼다. "딱딱한 껍데기 안에 부드러운 섬유질이 들었잖아요. 두 세계를 품은 목화처럼, 우리끼리 좋은 연극 하려고 다투고, 사회와도 갈등 하자고 지은 이름이지요."
목화는 거쳐 간 단원들의 이름만으로도 빛난다. 오태석은 "못생긴 사람 보려면 목화 가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못난이'들만 모였다"고 말했다. '못난이'라고 해놓고서는 예뻐 죽겠다는 듯 "할 수 있다는 굳은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라, 외모하곤 상관없다"며 자랑했다. '못난이' 계열은 결코 못나지 않은 박영규로부터 유해진, 김응수, 성지루, 황정민(女), 손병호, 한명구, 장영남 등이 있다. 이들은 짧게는 3~4년, 길게는 20년을 지내다 나갔다. 오태석은 단원에게 '현실과 부딪히는 시간은 최소로, 연습실에 틀어박혀 허구에만 빠져 있으라'고 주문한다. 감옥이나 다름없는 극단 생활을 자청한 '연극 포로'들은 20대에 젊은 피로 버티다 서른다섯 무렵 극단을 떠난다.
30년간 두 번의 고비가 있었다. 1990년 '운상각' 직전, 공연 없는 허송세월을 버티지 못한 단원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남은 단원은 단 한 명. 그게 한명구(제21회 이해랑연극상 수상자)였다. 첫 고비는 대학 후배들이 새로 입단하며 어렵게 넘겼다. 1997년 전무송과 이호재를 불러 역사극 '천 년의 수인'을 할 때는 두 배우의 개별 계약이 문제가 됐다. 동인제 극단에서 단체 계약이 아닌 특혜가 웬 말이냐고 단원들이 반발했다. 잇따라 이탈한 일부를 다독여 간신히 수습했다.
연기는 간소해야 한다는 게 철학이다. "관객이 보다가 답답해서 직접 장식하게 만들어야 해요. 배우가 최소로 움직여야 관객이 상상력, 경험을 동원해서 작품을 장식해주죠." 그래서 요즘도 목화의 연습장에는 "왜 이렇게 손짓이 많아" "왜 이렇게 시선이 야단스러워"라는 호통이 자주 울린다.
시골 면서기의 결근계를 계기로 전쟁의 공포를 다룬 '자전거'를 30주년 개막작으로 내세운 것은 "전쟁의 상흔은 계속된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라고 했다. "문득 깨닫게 해주고 싶었어요. 왜 그 많은 젊은이가 비명 속에 죽어가야 했는지를." 전쟁과 죽음은 11세에 6·25를 겪은 오태석의 반복되는 주제다. 어느 날 차 한 대가 느닷없이 나타나 부친을 납치해간 기억이 오태석을 여전히 지배한다. 모든 작품에 죽음이 나오지만, 반드시 삶이 등을 맞대고 공존한다. 멀리 떨어진 관조가 아닌 철저한 일상의 긍정이다.
거장은 자신의 모든 작품이 대단하다고 하지 않았다. 지난해 국립국악원에서 공연한 '아리랑'은 실망스럽다는 평이 많았다. 오태석은 "양로원으로만 알려진 국악원을 젊은이로 넘쳐나게 해주고 싶어서 시작한 작품"이라며 "지난번에 아쉬웠던 점을 보완해서 올해 다시 젊은 아리랑으로 내놓겠다"고 했다. '아리랑' 외에도 '봄봄' '템페스트' '내 사랑 DMZ', 신작 '무늬목'도 나온다. '무늬목'에는 "남을 해코지 하려다 오히려 보호하게 되는 정황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보여줄 작품은 많은데, 극장을 못 잡았다. 거장으로서는 착잡한 일이다. 연출가 이윤택은 최근 사석에서 "오태석이 극장을 못 잡다니 될 말이냐"고 분개했다. 주위 사람들은 분기탱천하는데 정작 오태석은 예의 개구쟁이 같은 웃음을 한바탕 쏟아냈다. "응하하하응~ 어떻게 되겠지. 살아있는 한 연극은 하는 것이니까."
▷연극 '자전거' 2월 2일까지, 대학로 스타시티 예술공간SM, (02)745-3966~7
시골 면서기의 결근계를 계기로 전쟁의 공포를 다룬 '자전거'를 30주년 개막작으로 내세운 것은 "전쟁의 상흔은 계속된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라고 했다. "문득 깨닫게 해주고 싶었어요. 왜 그 많은 젊은이가 비명 속에 죽어가야 했는지를." 전쟁과 죽음은 11세에 6·25를 겪은 오태석의 반복되는 주제다. 어느 날 차 한 대가 느닷없이 나타나 부친을 납치해간 기억이 오태석을 여전히 지배한다. 모든 작품에 죽음이 나오지만, 반드시 삶이 등을 맞대고 공존한다. 멀리 떨어진 관조가 아닌 철저한 일상의 긍정이다.
거장은 자신의 모든 작품이 대단하다고 하지 않았다. 지난해 국립국악원에서 공연한 '아리랑'은 실망스럽다는 평이 많았다. 오태석은 "양로원으로만 알려진 국악원을 젊은이로 넘쳐나게 해주고 싶어서 시작한 작품"이라며 "지난번에 아쉬웠던 점을 보완해서 올해 다시 젊은 아리랑으로 내놓겠다"고 했다. '아리랑' 외에도 '봄봄' '템페스트' '내 사랑 DMZ', 신작 '무늬목'도 나온다. '무늬목'에는 "남을 해코지 하려다 오히려 보호하게 되는 정황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보여줄 작품은 많은데, 극장을 못 잡았다. 거장으로서는 착잡한 일이다. 연출가 이윤택은 최근 사석에서 "오태석이 극장을 못 잡다니 될 말이냐"고 분개했다. 주위 사람들은 분기탱천하는데 정작 오태석은 예의 개구쟁이 같은 웃음을 한바탕 쏟아냈다. "응하하하응~ 어떻게 되겠지. 살아있는 한 연극은 하는 것이니까."
▷연극 '자전거' 2월 2일까지, 대학로 스타시티 예술공간SM, (02)745-39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