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도 나지막한 저음으로 건네는 남자 JK 김동욱은 과연 ‘섹시하다’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렸다. 진지하다기보다 장난기 가득하고, 의외로 맛에 열려 있기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의 비결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고 돌아왔다.
연말 콘서트와 뮤지컬 준비로 분주한 JK 김동욱을 만나기 위해 홍대 작업실을 찾았다. 비니를 눌러쓴 편안한 차림이 지난 6월 맨발로 무대 위에 오른 <나는 가수다> 때와 사뭇 다르다. 무장 해제된 그와 함께 홍콩 영화와 조수미, 순대국밥과 재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당신이 그동안 몰랐던 JK 김동욱의 매력, 이 안에 다 있다.
JAZZ
“대학 때 재즈보컬을 전공했어요. 캐나다에서 나름 유명한 재즈학교였는데 다니면서 자괴감에 빠졌어요. 프로급 실력을 갖춘 친구들 사이에서 제 자신이 너무 작게 느껴졌어요. 그들의 노래와 연주를 들으며 같은 학생인데도 감동받곤 했거든요. 그렇게 주눅 들어 있던 어느 날, 재즈 역사를 가르치는 클락 교수님과 상담을 하게 됐어요. 그 교수님이 그러더군요. ‘자네를 이 학교에 합격시킨 이유는 아무것도 안 그려진 백지 상태였기 때문이야. 조금만 더 배우면 뭔가 해낼 수 있을 것 같았거든.’ 그분의 말이 잊히질 않아요. 얄팍한 지식을 가진 제가 우리나라에 재즈를 알린다는 게 웃기겠지만, 사랑받는 대중가수로서 재즈에 익숙지 않은 대중에게 재즈를 좀 더 알리고픈 생각은 있어요. 그래서 재즈 하는 친구들과 지브라(ZEBRA)라는 팀으로 곡을 만든 적도 있어요. 음원은 무료로 공개했죠. 한번 들어나보라고요. 앞으로도 재즈를 공부하고 노래하는 건 계속할 것 같아요.”
MOVIE
지난여름, <불후의 명곡2> 레전드 특집에서 그는 장국영의 ‘당년정’을 불렀다. 마침 올해는 고 장국영의 10주기. 혹시나 이 곡을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물었다.
“실은 장국영보다 주윤발, 유덕화를 더 좋아했어요. <영웅본색>의 팬이었거든요. 제가 중학생일 때는 영화관에 가면 홍콩 영화만 봤어요. 누나도 유덕화, 양조위의 포스터 사진을 집 안 여기저기에 붙여놨고요. 그런데 이번 레전드 특집 얘기가 나왔을 때 단번에 장국영을 떠올렸던 건 아니에요. 방송국에서도 사람들이 알 만한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다기에 퀸 등을 생각하고 있었죠. 소속사 식구들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내던 중 대표가 ‘장국영 어때?’ 하더라고요. 이거다! 싶었어요. 근데 생각해보니까 제가 중국말을 전혀 못 하잖아요. 갑자기 머리에서 쥐가 나더라고요.(웃음) 요즘은 우리나라에 중국인, 조선족이 굉장히 많이 살잖아요. 발음 하나라도 잘못하면 무슨 망신이에요. 근데 나중에 방송 나가니까 주변에서 ‘신의 한 수’라고 하더라고요. 관객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것 같아요.”
FOOD
끊일 줄 모르던 요리 얘기가 순대국밥에까지 가닿았다. 캐나다 이민 시절, JK 김동욱의 부모님은 한식당을 운영했다. 그 당시 주메뉴 중 하나가 순대국밥이었다고.
“코리언하우스라는 한식당을 운영했어요. 그 집이 원래 순대국밥이 유명한 집이었는데, 돈 한 푼 없이 건너간 부모님이 은행에서 융자받은 돈으로 가게를 인수했어요. 그리고 낡은 기계로 순대를 직접 뽑고 삶아서 만들었죠. 그걸 지켜보면서 ‘아, 순대 하나 만드는 데도 장인정신이 필요하구나’를 느꼈어요. 그게 독일에서는 소시지잖아요. (순대 껍질에 필요한) 돼지창자를 사러 유러피언 마트에 가면 웬 동양인이 왔느냐며 신기해해요. 그러면서 한국에도 유럽의 소시지 같은 음식이 있느냐고 묻곤 했죠.”
심부름하며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아니 맛본 순대국밥이 못해도 수백 그릇은 족히 된다. 질릴 법도 한데 지금도 순대국밥집이라면 특히 맛집은 빠지지 않고 찾아간단다.
“엄청 먹으러 다녔어요. 앞으로도 많이 먹을 거고요. 여의도면 여의도, 영등포면 영등포, 유명하다는 데는 지방이라도 먹으러 찾아갔죠. 한때 부산에서 산 적이 있는데, 그때는 가족끼리 조방 앞 돼지국밥집을 그렇게 자주 갔어요. 그런데 순대국밥은 분위기 때문인지 시장에서 파는 게 가장 맛있는 것 같아요.”
ARTIST
두 달 전,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조수미가 “펫으로 키우고 싶은 남자”라며 함께 출연한 JK 김동욱을 향해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후배를 향한 선배의 내리사랑이 너무 과했던 걸까? 방송 이후 수십 건의 기사가 포털 사이트를 장식했다. 제목은 대부분 ‘조수미, JK 김동욱에 적극 대시’, ‘조수미, 사심 고백’, ‘조수미, JK 김동욱에 여자친구 있어요?’ 등이었다. 이만하면 그도 말 꺼내기가 조심스러워진다.
“<오페라스타 2011>에 출연할 당시 테이 씨와 파이널 무대까지 간 적이 있어요. 최종 승자를 가리는 자리에 조수미 선배님이 온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조수미 선배님이 어떻게 이런 무대를?’ 하는 반응이었어요. 저는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말았죠.(웃음) 나중에 승자가 발표됐는데, 사실 1등(테이)만 보이지 2등(JK 김동욱)은 존재감 없잖아요. 그때 저한테 눈길 한번 안 주더라고요.(웃음) 그 후로 만난 적이 없는데 이번 <라디오스타>에 함께 출연할 후배로 추천했다기에 의외였어요.”
평소 인터뷰나 예능을 자주 하던 그도 아니었기에 출연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진행자들에게 물고 뜯기는 건 상관없지만, 대선배의 부름이 어쩐지 부담스러웠다. 결과적으로는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날 선배님과 안드레아 보첼리, 사라 브라이트만의 ‘Time to Say Goodbye’를 함께 불렀어요. (성악을 하는) 조수미 선배님과 제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노래가 별로 없잖아요. 노래를 준비하는데 선배님이 이런저런 제스처를 알려주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음악 방송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신경 쓰면서 준비하는 걸 보고 ‘역시 프로구나’ 싶었어요.”
TASTE
JK 김동욱과 유명 셰프 레이먼 킴은 절친한 친구 사이다. 캐나다에 살 때부터 알고 지냈으니 올해로 거의 20년 지기. 함께 <두 남자의 캠핑쿡>이라는 요리 프로까지 진행했을 만큼 알아주는 미식가이기도 하다.
(레이먼 킴이 요리 실력을 칭찬했더라, 는 말에) “그 친구는 만날 칭찬하는데요, 뭐. 방송에서는 긴장하니까 서로 아무 말이나 막 던져요.”(웃음)
사실 JK 김동욱의 가족은 그를 제외하면 전부 요리사이거나 요리사였다. 부모님은 한식당을 운영했고 누나는 현재 바레인의 한 호텔에서 셰프로 근무한다. 요리 잘하는 가족을 둔 그의 요리 솜씨 역시 범상치 않을 것 같다.
“전 입만 까다롭죠, 뭐.(웃음) 맛있는 음식 안 좋아하는 사람 없잖아요. 야식은 잘 안 먹는데 정 배고프면 닭가슴살에 양상추, 토마토 썰어 넣고 올리브유 살짝 뿌려서 미니오븐에 구워 먹어요. 낮에는 집에 크림치즈랑 베이글 있으면 네댓 개는 그 자리에서 먹어치워요. 그래서 웬만하면 빵을 눈에 안 띄게 멀리 치워놔요. 아니면 어머니가 숨겨놓기도 하고요. 우리 집의 트레이너예요.”(웃음)
그런 그가 요즘 즐겨 먹는 음식은 단연 국물요리다.
“아무래도 요즘처럼 추울 때는 매운탕이나 부대찌개 같은 게 당겨요. 근데 식당 가서 맛있게 잘 먹다가도 ‘이 집은 이게 좀 부족해, 이 맛이 좀 별로야.’ 하는 제 모습을 보면 제가 생각하도 참 문제 있다, 싶어요.”(웃음)
CANADA
지난 4월 발매한 5집 작업을 위해 JK 김동욱은 캐나다의 한 섬으로 떠났다. 한 번쯤 해보고 싶던 캐나다에서의 음악 작업. 마치 고향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고등학교 1학년 마치자마자 온 가족이 캐나다로 떠났어요. 기껏해야 8~9년밖에 살지 않았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가 모두 그곳에 있죠. 여러모로 제 삶에 미친 영향이 커요. 한국에 돌아와서 가장 그리웠던 건 그곳 사람들의 여유, 여유로운 삶이었어요. 물론 저도 노가다 뛰고 잔디도 깎으면서 남들 하는 아르바이트 다 하면서 살았어요. 그런데도 일주일에 5일 일하고 남는 시간에는 호숫가에서 낚시를 즐기는 그들의 여유가 좋았어요. 조그마한 뒤뜰에라도 앉아서 바람 소리 들으며 기타 치고 음악 듣는 일상이 그리웠어요.”
한국에는 주말에도 불 켜진 사무실이 즐비하니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오랜만에 만난 ‘다이내믹 코리아’에 적응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갔다.
RADIO
그가 들려주는 ‘마성의 저음’을 감상하기에는 역시 라디오만큼 좋은 게 없다. JK 김동욱은 현재 TBS <JK 김동욱의 원더풀 투나잇>을 진행하고 있다.
“라디오 1세대인 고 이종환 선배님이 이끌어온 프로를 이어받았어요. 제게는 정말 좋은 기회였죠. 물론 잘나가는 가수를 만나볼 수도 있지만, 현존하는 (그러나 활동은 덜하는) 과거의 선배님들을 만나뵙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요. 밤 시간대에 나오기는 쉽지 않겠지만 어떻게든 졸라서 나오게끔 만들죠. 저희 아버지도 음악을 했기 때문에 비슷한 연배의 선배님들이 나와 미8군에서 음악 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면 아버지 얘기를 듣는 것 같아요. 지금은 아버지가 먼 나라에 계시니까 자주 뵐 기회가 없는데, 선배님들을 통해 힘든 시절 가족 먹여 살리려 음악 한 얘기를 들으니까 어릴 적 기억이 많이 나요.”
12월 콘서트, 어디 갈지 고민인가요?
‘마성의 저음’ JK 김동욱이 연말 콘서트를 갖는다. 이번 공연은 전례 없이 한대수 등 선배 뮤지션들을 초청해 특별 공연 및 담소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오페라극장을 연상시키는 실내 인테리어, 최적의 음향효과, 심지어 커플석까지 마련했다.
JK 김동욱의 깊고 진한 목소리와 함께 저물어가는 한 해를 되돌아보는 건 어떨까?
일시 12월 13일(금) 20 : 00, 14일(토) 19 : 00
장소 유니버설 아트센터
문의 1666-9896
※ 독자 초대 R석 5쌍, S석 5쌍
여성조선 홈페이지(woman.chosun.com) 이벤트란에 12월 5일까지 응모하세요. 당첨자는 개별 연락드립니다.
/ 여성조선 (http://woman.chosun.com/)
취재 김가영 기자 | 사진 물고기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