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차범석희곡상 당선작] 온몸이 부서져라 썼다, 김광석을 위해

입력 : 2013.10.31 23:50

[뮤지컬 극본, 장유정 '그날들']

중소 규모 흥행 100%의 그녀, 김광석 주크박스 뮤지컬 도전… 대극장서 추리극으로 살려내

타계한 최인호는 생전에 장유정(37)을 두고 '공연계의 제5원소'라고 불렀다. "쾌활한 데다 굉장한 에너지가 넘친다"는 이유였다.

제7회 차범석희곡상 뮤지컬 극본 부문에서 '그날들'로 당선된 장유정은 창작뮤지컬의 에너지원이다. 그가 쓰고 연출한 '김종욱 찾기'는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에서 공연하는 최초의 한국 뮤지컬이다. 지난 여름 중국에 라이선스 공연돼 큰 인기를 끌었고, 내달 일본 도쿄에서도 올라간다. 꽃동네 봉사 체험을 살린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김종욱 찾기'와 함께 수년째 대학로에서 사랑받는다. 종갓집 맏며느리였던 외할머니의 기억을 담은 '형제는 용감했다'는 내년에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뮤지컬로 받을 만한 상은 다 받아본 장유정이지만, 차범석희곡상 수상은 각별하다고 했다. "사실은 제가 한 번 떨어진 적이 있거든요. 2008년에 정치 코미디로 응모했다가 최종에서 안 됐어요. 원고 들고 신문사 찾아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민낯은 소년 같은 장유정은 요즘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느라 가끔 화장을 한다. 그래도 웃을 땐 10대다. 그 에너지로 쓰고 연출한다. /김연정 객원기자
민낯은 소년 같은 장유정은 요즘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느라 가끔 화장을 한다. 그래도 웃을 땐 10대다. 그 에너지로 쓰고 연출한다. /김연정 객원기자
장유정은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를 졸업했다. 학교 다닐 때부터 '될 성부른 떡잎'이었다. '김종욱 찾기'가 졸업 작품이었으니. 공연한 작품은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타율로 따지면 100%. 하지만 김광석 노래로 흘러가는 주크박스 뮤지컬인 '그날들'을 쓰면서 "울고 싶었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 작품을 맡아서 기뻤고, 부담스러웠고, 잘하고 싶었거든요. 살면서 마셨던 술을 다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술을 마셨어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꼼짝 않고 앉아서 썼죠. 그러다 허리가 고장 나서 병원 신세도 졌어요."

'그날들'은 실종된 대통령의 딸을 찾는 추리극이 골격이다. 김광석 노래의 애틋한 가사에 미스터리를 어떻게 실을 것인가가 숙제였다. 중소 규모 뮤지컬을 탄탄하게 만들어온 장유정의 대극장 작품이라는 점에서 작가로서의 도약을 시험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소극장 작품과 대극장 작품은 10대의 사랑과 40대 사랑만큼이나 다르다. 원하는 조건, 빠지는 지점이 차원을 달리한다. 그러나 개막 전 "장유정이 될까?"라던 소리는 개막 후 "역시 장유정"으로 서서히 바뀌어 갔다.

"극작은 세상을 엿보는 일인 것 같아요. 인생에 천재가 있을 수 없으니, 극작도 천재가 없는 거 아닐까요. 제가 지금 열심히 하는 일을 계속해보라는 격려를 세게, 확실하게, 크게 받은 것 같습니다. 꼭 보답하겠습니다."


[심사평] '그날들'은… 창작뮤지컬에 새 물길 열어준 대극장 작품

최종 심사작은 ‘그날들’과 ‘여신님이 보고계셔’ 두 편이었다. 한정석의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신선한 아이디어가 좋았으나, 규모가 작은 데다 시작 단계의 초보적인 극본이라는 점에서 다음 작품을 기대해보기로 했다.

장유정이 쓴 ‘그날들’은 김광석 음악의 주크박스 뮤지컬이지만, 원래 가사나 김광석 개인에게 얽매이지 않은 드라마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우선 평가를 받았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김종욱 찾기’ 등 중소규모 작품으로 인정받다가 대극장에서도 믿을 만한 작품을 내놓으며 작가로서 성장을 보여주었다는 점도 격려할 만했다. 서정적인 노랫말이 날것의 단어로만 해석되어 무리하게 연결되는 부분 등 아쉬움도 있었다. 그럼에도 소소한 코미디 중심의 창작뮤지컬 흐름에 또 하나의 물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만장일치로 당선작으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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