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뮤지컬 시대

입력 : 2013.10.03 01:32

[요코하마 공연을 오사카 극장에서… 한국 최초 생중계 뮤지컬 '잭더리퍼']

위성 이용해 타 지역으로 전송… 특정 시간·장소란 한계 깨뜨려
일본에선 이미 자리잡은 문화… 한국 공연계에도 새 활로될 듯

순전히 가정이지만, 조승우가 뮤지컬 은퇴 공연을 한다고 해보자. 그 마지막 공연을 보고 싶은 팬은 수만명일 것이다. 그러나 극장 좌석은 많아야 수천석. 제작사는 안타깝고, 팬들은 속상하다. 특정 장소, 특정 시간에 한정된 인원만이 즐길 수 있는 현장 공연 예술,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의 한계다. 스타가 나오고 대중성이 높으나, 동시에 수십, 수백만명이 즐길 수 있는 영화에 비해 파급 속도가 떨어진다.

호시탐탐 영화의 영토를 넘보던 뮤지컬에게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공연을 전 세계로 동시 생중계해 수십만명이 함께 관람하는 '라이브 뷰잉(Live Viewing)'이다. 일본에서 만든 단어로, 쉽게 말해 '생중계 뮤지컬'이다. 상업 위성이나 광케이블을 임차해 영화관이나 공연장 스크린으로 전송하는 원리다. 일본에서 3~4년 전부터 아이돌 콘서트 위주로 본격화되다 뮤지컬로까지 확장됐다. 국내에서는 일본 가수 콘서트를 영화관에서 보여준 적은 있으나 뮤지컬은 없었다.

이 미지의 영역에 한국 뮤지컬 '잭 더 리퍼'가 처음으로 도전한다. 지난해 9월 도쿄에서 4만명을 모은 저력을 바탕으로, 내달 요코하마 공연 중 일부를 오사카 KAAT극장에서 생중계로 보여줄 예정이다. 표값은 본 공연의 3분의 1 정도. 라이브 뷰잉은 원리로만 보면 축구 생중계와 같다. 그러나 동일한 현장 예술인 오페라에 비해서도 DVD 등 현장이 아닌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매개체가 많지 않았던 뮤지컬로서는 한 단계 몸집을 키우는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다.

‘생중계 뮤지컬’의 시대가 열리면 이런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 내달 일본 요코하마 공연을 오사카로 생중계할 예정인 뮤지컬‘잭 더 리퍼’의 공연 장면을 기존 영화관 스크린에 입혀 연출했다.
‘생중계 뮤지컬’의 시대가 열리면 이런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 내달 일본 요코하마 공연을 오사카로 생중계할 예정인 뮤지컬‘잭 더 리퍼’의 공연 장면을 기존 영화관 스크린에 입혀 연출했다.
제작사는 '본다'는 것보다 '경험한다'는 것에 무게를 두고 설명을 한다. 영화를 TV 화면으로 보는 것과 영화관의 커다란 스크린으로 감상할 때가 다른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좋아하는 배우의 연기를 거대한 스크린에서, 고화질·고음질로 수천명이 함께 즐긴다는 것이 핵심이다. 뮤지컬인데 먹으면서 본다는 점도 다르다. 거의 모든 뮤지컬 극장은 음식물 섭취가 금지돼 있으나 영화관에서는 가능하다.

일본은 라이브 뷰잉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나라. 한 해 관객이 약 150만명이다. 마니아 팬의 열성에 일찌감치 매진되는 여성 가극단 '다카라즈카' 공연이 대표적이다. 걸그룹 AKB48의 이벤트인 '총선거'도 있다. 여러 멤버 중 1등을 뽑는 경선을 수십만명이 동시에 보며 극장에서 함성을 지른다.

도쿄 롯폰기의 아뮤즈 뮤지컬 씨어터에서 한국 창작뮤지컬을 소개하고 있는 오사토 요키치 아뮤즈 회장은 지난 7월 방한 당시 "한국 창작뮤지컬이 뛰어난데도, 인지도가 낮아 더 많은 관객이 찾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며 "싼값에 동시에 여러 일본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라이브 뷰잉이 한국 뮤지컬의 일본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잭 더 리퍼' 제작사 엠뮤지컬아트 측은 "영화관이 아니라 기존 뮤지컬 공연장에서 보여준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름을 '시어터 뷰잉(Theater Viewing)'으로 바꿀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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