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7.11 23:54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전 세계 돌며 분수 사진전]
닳고 깎여 유실 위기에 처한 로마 300여개 분수 사진 전시
"복구 중요성 알리고 싶었다"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Lagerfeld· 사진)는 이탈리아 회사 펜디(Fendi)와 프랑스 회사 샤넬(Chanel)의 컬렉션을 동시에 지휘하는 수장(首長)이다. 옷만 만드는 게 아니다. 광고 사진과 영화도 직접 찍는다. 1년에 몇 차례씩 전시회도 연다. 잠을 아예 자지 않는 게 틀림없는 라거펠트, 그가 이번엔 오랜 세월에 닳고 깎여 유실 위기에 처한 이탈리아 로마의 수많은 분수를 기록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이른바 '물의 영광(The Glory Of Water)'. 로마에 흩어져 있는 300여개의 크고 작은 분수 사진을 찍고 이를 책으로 묶었다. 지난 7월 초 프랑스 파리에서 같은 이름으로 전시도 열었다. 이 전시는 앞으로 전 세계를 돌며 열릴 예정이다.
라거펠트가 이 작업을 시작한 건 지난 1월부터다. 로마의 명소(名所) 트레비 분수가 폭설과 폭우에 닳고 깎여 원래 모습을 잃게 되자 펜디는 이를 복구하기 위해 218만유로(약 32억원)를 내겠다고 발표했다. 라거펠트는 이때부터 로마에 있는 크고 작은 분수를 직접 사진으로 찍기 시작했다. 라거펠트는 펜디를 통해 건넨 서면 답변에서 "내게 있어 로마는 두 번째 고향이다. 지금까지 로마를 740번 넘게 드나들었다. 로마는 불멸의 도시다. 세상 어디도 여기와 같은 곳이 없다. 그리고 그런 로마의 감성과 숨결은 곳곳에 흩어진 분수에 녹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마의 분수는 오랜 시간과 역사, 이탈리아만의 미적 감각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라거펠트가 이 작업을 시작한 건 지난 1월부터다. 로마의 명소(名所) 트레비 분수가 폭설과 폭우에 닳고 깎여 원래 모습을 잃게 되자 펜디는 이를 복구하기 위해 218만유로(약 32억원)를 내겠다고 발표했다. 라거펠트는 이때부터 로마에 있는 크고 작은 분수를 직접 사진으로 찍기 시작했다. 라거펠트는 펜디를 통해 건넨 서면 답변에서 "내게 있어 로마는 두 번째 고향이다. 지금까지 로마를 740번 넘게 드나들었다. 로마는 불멸의 도시다. 세상 어디도 여기와 같은 곳이 없다. 그리고 그런 로마의 감성과 숨결은 곳곳에 흩어진 분수에 녹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마의 분수는 오랜 시간과 역사, 이탈리아만의 미적 감각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라거펠트의 사진 작업은 로마 분수를 닳고 깎고도 더 아름답게 빛나게 했던 시간성(時間性)을 충실히 구현하기 위해 모두 흑백(黑白)으로 이뤄졌다. 사진 속의 분수는 꼭 아름답고 단단하지만은 않다. 일부는 깨졌고 일부 조형물은 떨어져 나갔다. 천사의 뺨은 비바람에 그 동그란 모습을 잃었고, 여신의 어깨엔 균열의 흔적이 선명하다. 하지만 이토록 낡은 분수가 세차게 물을 뿜어내는 모습은 여전히 힘차다. 라거펠트는 "문화재 복구가 시급하다고 말하는 것보다 그 문화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지금 얼마나 힘겹게 버티고 있는지를 사진으로 보여주는 게 빠르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