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원 예지원'은 잠시 잊어주세요

입력 : 2013.05.17 03:02   |   수정 : 2013.05.17 09:32

톨스토이 원작 연극 '부활' 여주인공 카추샤 役 맡아 "이번엔 순정한 여인 연기"

약 두 달 전 형성된 이 '집단'은 요즘 하루 12시간을 함께 보낸다. 한창 '이것'에 사로잡힌 20여명은 만났을 때 "오늘도 부활합시다!", 헤어질 때는 "부활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외친다.

얼핏 보면 신흥 종교집단 같은 그들은 예술의전당과 경기도립극단이 공동 제작하는 연극 '부활' 배우들이다. 배우들에게 '부활'의 의미를 강조하는 '인사'를 제안한 이는 연출가 고선웅씨다. 5·18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웃으면서 우는 희비극으로 보여줬던 그가 톨스토이의 방대한 원작을 찡하게 각색했다. '부활'은 지체 높은 공작 네플류도프(서범석)가 창녀 카추샤를 만나 진정한 구원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이야기. 네플류도프에게 빛이 되는 여인 카추샤 역을 맡은 예지원을 최근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늘 '튀는' 여자였던 예지원이 연극 '부활'에서 구원의 여인으로 변신한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토씨하나 틀리지 않는 대본 그대로의 연기를 보이겠다”고 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영화와 드라마에서 늘 '튀는' 여자였던 예지원이 연극 '부활'에서 구원의 여인으로 변신한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토씨하나 틀리지 않는 대본 그대로의 연기를 보이겠다”고 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영화와 드라마에서 늘 ‘튀는’ 여자였던 예지원이 연극 ‘부활’에서 구원의 여인으로 변신한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 대본 그대로의 연기를 보이겠다”고 했다./김연정 기자
영화 데뷔작 '뽕'(1996)부터 최근작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감독 홍상수) 등 스크린에서 더 익숙한 얼굴이지만, 그의 연기 시작은 극단 '성좌'였다. 서울예대 방송연예과를 졸업하고 한 달간 워크숍이나 해볼 생각이었다. 갔더니 배우들이 거리에 포스터를 붙이고 있었다. '연기는 안 하고 왜 포스터를? 시간 낭비 아닌가?' 싶었다. "연극 무대에 서 보고서야 이해했어요. 이 마력, 몰입의 마법 때문에 저 고생을 해도 좋은 거구나, 하고요. 그날부터 포스터 붙이고 전단 나눠주는 일을 자청해서 했죠."

'버자이너 모놀로그' '서툰 사람들' 등에 출연했지만, 대극장 연극은 이번이 처음이다. '뽕'의 색광(色狂), 윤락 여성('대한민국 헌법 제1조), "키스할래요?"라며 유혹하던 그녀('생활의 발견')가 "난 평생 당신을 잊을 수 없을 거예요!"라고 통곡하는 순정한 여인으로 변신해야 한다. 카메라 앞에서 신들린 듯 애드립(즉흥대사)으로 '4차원' 별명을 얻게 된 모습과는 차원이 다른 배역이다.

예지원은 "이번 작품에선 한순간도 장기 자랑을 안 하겠다"고 말했다. "연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물이 오를 때가 있어요. 관객의 반응이 응집된 지점이랄까. 전 그 지점이 어딘지 본능적으로 알아요. 그때 한 발 더 나가면 모두가 '팡'하고 터져요. 혼자 주목받기에는 그만한 것이 없죠. 이번엔 그걸 안 할 거예요. 저 혼자 주목받는 게 아니라, 무대가 하나가 됐을 때 쏟아지는 박수를 받고 싶어요."

▷연극 '부활' 6월 2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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