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빚' 갚고 싶지 않은

입력 : 2013.05.15 23:22

연출가 이성열의 '채권자들'

헤어진 전 남편이 찾아왔다. 사랑은 끝났으나 '계산'은 남았기에. 연하의 남편과 살던 여자는 '채권자'로 돌변한 전 남편의 방문에 숨겨진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사랑은 끝나도 계산은 남는다. 연극‘채권자들’에서 현재의 남편과 아내로 나오는 배우 김영필과 길해연. /극단 컬티즌 제공
사랑은 끝나도 계산은 남는다. 연극‘채권자들’에서 현재의 남편과 아내로 나오는 배우 김영필과 길해연. /극단 컬티즌 제공
'근대 연극의 아버지'로 불리는 스웨덴 극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1849~1912)의 '채권자들'(연출 이성열)은 채권·채무 관계만 남은 남녀의 피 튀기는 투쟁기다. 사랑의 최종 정산은 복수. 그 앞에 완벽한 승자는 없다. 야만적인 애욕과 원초적인 질투가 담긴 말들을 흉기 삼아 재가 된 사랑을 쑤시고 뒤집고 후벼 판다. 어떻게든 잔인한 상처를 내고야 말리라는 전 남편 구스타프 역으로 이호재, 메두사·페드라·살로메를 합해놓은 여주인공 테클라 역으로 길해연이 호연한다. 연출가 이성열은 난해하기로 유명한 스트린드베리의 작품을 너무나 사랑해서 서로를 태워버릴 수밖에 없었던 열정의 근원에 대한 질문으로 풀어냈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았을 듯한 제목과 달리 스웨덴판 '사랑과 전쟁'이라 할 3인의 애증극은 스트린드베리가 왜 대단한 극작가인지 보여준다. 거창한 설정이나 장치 없이 최소한의 인물이 등장해 '도대체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지?'라는 본질적인 의문을 극적으로 제시한다. 극작계의 수퍼스타 유진 오닐, 테네시 윌리엄스 등이 앞다퉈 영향받았다고 고백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26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02)765-5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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