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우경화 움직임에도 '한국 뮤지컬 전용관' 전석 매진

입력 : 2013.04.26 03:02   |   수정 : 2013.04.26 04:28

[日 롯폰기에 개관한 '한국 창작 뮤지컬 전용관' 가보니]

韓 문화 빠진 日 기업인 설립… 한국인 제작·출연 작품만 올려
아베 총리 발언에 현지 관객들 "정치는 정치, 문화는 문화"

2003년 4월 일본 열도를 뒤흔든 '지진'이 있었다. 지진의 이름은 '겨울연가'. 일본 공영방송 NHK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방영한 한국 드라마 '겨울소나타(冬のソナタ)'는 '욘사마' 배용준에 실신하는 중년 부인들, 최지우에 열광하는 친한파 팬 수만 명을 낳으며 '한류(韓流)'의 시작을 알렸다. 그 후 정확히 10년, 이번에는 한국의 창작 뮤지컬이 아시아 최대 문화시장인 일본을 노리며 '도쿄의 청담동' 롯폰기에 전용관을 열었다.

일본 최대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아뮤즈가 운영하고 한국의 CJ E&M이 콘텐츠를 공급하는 '아뮤즈뮤지컬씨어터'가 25일 개관했다. 일본인이 동경하는 미국 문화 상품 '블루맨 그룹' 전용관이던 '블루씨어터'를 1년 내내 한국 창작뮤지컬만 공연하는 전용관으로 바꿨다.

아뮤즈 제공25일 오후 7시‘도쿄의 청담동’인 롯폰기에 들어선 한국 뮤지컬 전용관‘아뮤즈뮤지컬씨어터’에서 개관작‘카페인’공연을 앞두고 관객들이 속속 객석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날 공연은 900석 모두 매진됐다. /아뮤즈 제공
아뮤즈 제공25일 오후 7시‘도쿄의 청담동’인 롯폰기에 들어선 한국 뮤지컬 전용관‘아뮤즈뮤지컬씨어터’에서 개관작‘카페인’공연을 앞두고 관객들이 속속 객석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날 공연은 900석 모두 매진됐다. /아뮤즈 제공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극우적 발언이 이틀째 이어진 상황. 그러나 오후 7시 개막작인 '카페인' 공연을 앞두고 공연장으로 몰려든 관객들은 "망언은 망언이고, 문화는 문화"라고 입을 모았다. 50대 여성 야마구치는 "정치적 발언은 문화를 즐기려는 팬들에게는 힘이 없다. 이렇게 관객이 넘쳐나는 로비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참석 인사의 면면에서도 정치색과 무관한 문화의 힘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설립 68주년을 맞은 일본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 와타나베엔터테인먼트, 일본 최대 광고·홍보회사 덴츠(電通), 일본 최대 음반·서적 유통회사 츠타야(TSUTAYA), 일본 최대의 가라오케 기업인 다이치코쇼(第一興商) 등 일본 문화 권력의 정점에 올라 있는 기업의 수장들이 총출동했다.

개막작 '카페인'은 커피 전문점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 뮤지컬 배우 윤공주와 김도현의 열연에 객석에서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일본 여배우 이시다 니콜은 "한국 뮤지컬을 오늘 처음 봤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정도로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인이 만들고 한국 배우가 출연하는 한국 뮤지컬이 도쿄 노른자땅에 전용관을 갖게 된 데는 오사토 요키치(大里洋吉·67) 아뮤즈 회장의 의지가 결정적이었다. 오사토 회장은 CJ E&M 측과 제휴하며 "일본 뮤지컬 시장에 한국 뮤지컬이 제대로 소개돼야 일본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초기에 수십억원을 손해 봐도 좋으니,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극단 시키(四季)와 함께 공연 시장을 점거하고 있는 공연제작사 토호(東寶)의 마쓰다 노리요시 공연사업부문 대표는 "정치와 문화는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준 오사토 회장의 용기 있는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오후 2시부터 진행된 시연회에는 NHK, 요미우리, 산케이, 아사히, 교도통신 등 매체 30여곳이 몰려들었다. 교도통신의 마루야마 사치코(丸山幸子) 편집장은 "일본 뮤지컬 팬이 일부러 한국에 건너가 보던 한국 뮤지컬을 일본에서 상시 볼 수 있게 된 건, 획기적인 전기"라고 말했다. 아뮤즈뮤지컬씨어터에서는 '카페인' 이후 약 한 달 간격으로 '싱글즈' '풍월주' 등이 잇따라 공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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