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계 소문난 '목청'의 어머니 "아들아, 전국노래자랑 나가보렴"

입력 : 2013.04.24 23:27

[뮤지컬 '지저스…'의 예수役 박은태]

2년간 노래 레슨, 한시간에 10만원… 부모님께서 야채 팔아 내주셨어요 제가 노래 잘할 수밖에 없는 이유죠

뮤지컬‘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예수역을 맡은 배우 박은태는“노래 하나는 자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투자한 시간이 있기에 부끄럽지 않게 말할 수 있다”고. /김연정 객원기자
배우 박은태(32)는 가창력으로 손꼽히는 뮤지컬 배우 중 한 명이다. 오는 26일 개막하는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사진>에서 주연인 예수 역을 맡은 그는 "노래는 자신 있다"고 했다. "잘난 척하는 걸로 들릴 수 있다는 거 안다. 하지만 누구 못지않게 노력했고, 투자했다." 그가 말하는 투자 목록에는 오기와 독기, '피눈물 나는' 레슨비가 있다.

◇피눈물 나던 레슨비 10만원

2005년 한양대 경영학과 3학년이던 그가 가수의 길을 선택했을 때, 부천시장에서 야채장사를 하는 양친은 딱 한마디만 했다. "하다 하다 안 되면 같이 야채 장사하면 되지." 이 말을 하던 박은태의 눈이 일순 붉어졌다. "레슨비가 시간당 10만원이었어요. 레슨비를 받을 때마다 가슴에서 피눈물이 흘렀어요." 2년간 레슨으로 노래는 늘었으나, 부를 곳이 없었다. 기획사를 기웃거리다 코러스도 해봤다. 두 달간 번 돈은 3만원. '안 되는가보다' 하던 차에 일본 극단 시키(四季)의 국내 오디션 소식을 들었다. 2006년 뮤지컬 '라이언 킹'으로 한국 시장에 입성한 시키는 '일본의 문화침탈'이라는 국내 공연계 반발에 직면했다. 출연을 거부한 배우가 대다수였다. 시키에서 고육책으로 택한 오디션에서 박은태는 '남자 5번' 앙상블로 뽑혔다. 첫 출연료를 받아든 그는 외쳤다. "아, 이런 세계가!"

조연으로 출세한 것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였다. 해설자로 나오는 그랭구아르 역. 그때부터 "쟤 누구냐?"는 말이 솔솔 나왔다. 주연으로 올라선 것은 김준수의 데뷔작 '모차르트'였다. 제작사가 사운(社運)을 걸고 올린 대작에 대역(언더스터디)으로 뽑혔다. 원래 출연 회차는 3회. 그러나 의외의 인기에 횟수가 7회로 늘면서 '떴다'.

◇6년 만에 돌아온 로이드 웨버 '지저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1969년 초연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초기 걸작.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까지 일주일을 보여준다. 비(非)신자는 지루한 성경 얘기 아니냐며 안 보고, 신자는 이단이라고 외면한다. 유다에게 배신을 부추기는 예수의 모습 등 성경과 다른 전개가 말썽이다. "작품 속에서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어야 하는 예언을 실현하기 위해 주변 사람을 몰아붙인다. 치밀한 전략가인 예수의 모습에는 슬픔이 묻어 있다. 그 정서에 관객을 공감하게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양친의 부천시장 야채가게에는 간판 대신 그가 출연하는 작품 포스터가 붙는다. 지난해 '엘리자벳' '루돌프'에 이어 최근 '지저스' 포스터가 그 벽에 합류했다. 동네 상인들이 "이게 뭐야?"라고 물으면 모친은 "뮤지컬이란 거야, 뮤지컬. 우리 아들이 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돌아오는 답변은 대부분 "본 적이 없어서…"다. 모친은 그를 보면 은근히 부추긴다고 한다. "은태야, 전국노래자랑 좀 한번 나오면 안 되겠냐?"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26일~6월 9일, 샤롯데씨어터,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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