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4.12 00:15
[필립 강, 40년 만에 국내 무대]
유럽서 불렀던 '돈 카를로'
30년간 200번은 불렀을 것… 한국 복귀작도 '필립' 역할로

베이스 필립 강은 개척자다. 그가 바이로이트 페스티벌(바그너 전문 페스티벌)에 1988년 동양인 최초로 입성한 후, 후배 베이스들이 줄줄이 이 축제에 데뷔했다.
필립 강, 강병운 교수(서울대·65·사진)가 40년 만에 국내 오페라 무대에 선다. 1995년 서울대 교수로 부임했지만, 한국 오페라 무대는 극구 사양해온 그가 오랜만에 '결심'을 한 것이다.
그가 선택한 무대는 25~28일 예술의전당에서 막 오르는 베르디의 오페라 '돈 카를로'. 노왕 필리포 2세를 맡았다. 사실 그의 예명 '필립'도 '필리포 2세'의 독일식 이름. 그는 1981년 필리포 2세의 아리아로 이탈리아의 오페라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이 이름을 붙였다. 강 교수는 "30년간 유럽 극장에서 이 역할만 200회는 부른 것 같다"고 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한국 무대에 선 것은 지난 1974년 독일 유학 직전. 당시 국립극장에서 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에 출연했다. 그는 11일 "바로 어제(10일) 오페라 연습실에서 내 65세 생일잔치를 했는데, '30대 전성기를 놓치고 뭐 하다가 이 나이에 국내 무대에 서느냐'는 뒤늦은 후회가 들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베르디 탄생 200주년을 맞아 공연하는 '돈 카를로'는 피해갈 수 없었다"는 게 그의 얘기. 바이올리니스트 강주미(클라라 주미 강)가 그의 딸이다.
이 오페라에서 그가 맡은 필리포 2세는 자신의 아들인 왕자 돈 카를로를 의심 끝에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아들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영조와 비슷한 인물. 강 교수는 "이 오페라처럼 베이스가 복합적인 성격을 드러내야 하는 역할도 없다"고 했다. 아들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아내와는 결혼했지만 둘 사이엔 사랑이 없으며, 종교재판관과는 권력 배분을 놓고 갈등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유럽에서 후배들의 활약을 보면 뿌듯하다"면서도 "한 번 주역을 맡았다고 영원히 주역을 맡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했다. 왜일까. "가수는 악기가 몸이다. 시간이 흐르면 그 악기는 늙게 마련이라는 걸 잊지 말라."
☞필립 강은…
1948년 태어났다. 서울대와 베를린 국립음대를 졸업. ‘돈 카를로’의 필리포 2세로 데뷔했을 때 이탈리아 음악 전문지 ‘오페라’는 ‘보리스 크리스토프의 음악성과 로시 레메니의 연기력을 겸비한 세계적인 베이스가 나타났다’고 평했다.
필립 강, 강병운 교수(서울대·65·사진)가 40년 만에 국내 오페라 무대에 선다. 1995년 서울대 교수로 부임했지만, 한국 오페라 무대는 극구 사양해온 그가 오랜만에 '결심'을 한 것이다.
그가 선택한 무대는 25~28일 예술의전당에서 막 오르는 베르디의 오페라 '돈 카를로'. 노왕 필리포 2세를 맡았다. 사실 그의 예명 '필립'도 '필리포 2세'의 독일식 이름. 그는 1981년 필리포 2세의 아리아로 이탈리아의 오페라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이 이름을 붙였다. 강 교수는 "30년간 유럽 극장에서 이 역할만 200회는 부른 것 같다"고 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한국 무대에 선 것은 지난 1974년 독일 유학 직전. 당시 국립극장에서 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에 출연했다. 그는 11일 "바로 어제(10일) 오페라 연습실에서 내 65세 생일잔치를 했는데, '30대 전성기를 놓치고 뭐 하다가 이 나이에 국내 무대에 서느냐'는 뒤늦은 후회가 들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베르디 탄생 200주년을 맞아 공연하는 '돈 카를로'는 피해갈 수 없었다"는 게 그의 얘기. 바이올리니스트 강주미(클라라 주미 강)가 그의 딸이다.
이 오페라에서 그가 맡은 필리포 2세는 자신의 아들인 왕자 돈 카를로를 의심 끝에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아들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영조와 비슷한 인물. 강 교수는 "이 오페라처럼 베이스가 복합적인 성격을 드러내야 하는 역할도 없다"고 했다. 아들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아내와는 결혼했지만 둘 사이엔 사랑이 없으며, 종교재판관과는 권력 배분을 놓고 갈등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유럽에서 후배들의 활약을 보면 뿌듯하다"면서도 "한 번 주역을 맡았다고 영원히 주역을 맡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했다. 왜일까. "가수는 악기가 몸이다. 시간이 흐르면 그 악기는 늙게 마련이라는 걸 잊지 말라."
☞필립 강은…
1948년 태어났다. 서울대와 베를린 국립음대를 졸업. ‘돈 카를로’의 필리포 2세로 데뷔했을 때 이탈리아 음악 전문지 ‘오페라’는 ‘보리스 크리스토프의 음악성과 로시 레메니의 연기력을 겸비한 세계적인 베이스가 나타났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