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메시니가 리허설하는 한국 최고 재즈클럽, 블루문"

입력 : 2013.04.02 23:53

15주년 맞은 '원스 인 어 블루문'

유종현 라틴밴드의 신나는 연주에 맞춰 댄서들이 빙글빙글 돌며 춤을 췄다. 클럽을 가득 메운 수백 명의 사람도 제자리에서 가볍게 몸을 흔들어 장단을 맞췄다. 지난 1일 밤 서울 청담동 재즈클럽 '원스 인 어 블루문(Once In A Blue Moon)'에서 열린 이 클럽 오픈 15주년 기념 파티 모습이다. 이날 파티에는 연인원 500여명이 가득 들어차 오후 6시부터 밤 11시 30분까지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패션디자이너 이상봉, 배우 박상원, 방송인 손미나의 얼굴도 보였고, 평소 단골인 아람 B 시스네로스 파나마 대사와 루가 디 비토 이탈리아문화원장도 이 클럽의 생일을 축하하러 찾아왔다.

1일 밤 재즈클럽‘원스 인 어 블루문’15주년 파티에서 댄스동아리 회원들이 춤을 추고 있다. /채승우 기자
1일 밤 재즈클럽‘원스 인 어 블루문’15주년 파티에서 댄스동아리 회원들이 춤을 추고 있다. /채승우 기자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4월 1일, 당시 대기업 부장이었던 재즈 애호가 임재홍(56)씨가 연 이 클럽은 서초동 '야누스'와 이태원 '올 댓 재즈'보다는 젊은 클럽이었으나 청담동이란 동네 이미지와 어울려 '고급 재즈클럽'으로 자리 잡았다. 팻 메시니 같은 유명 뮤지션들이 내한공연 전날 이곳에서 리허설을 했으며, 재즈 가수 로라 피지, 트럼페터 윈튼 마살리스는 내한공연을 마치고 이곳에서 뒤풀이를 했다. 거스 히딩크 전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도 단골이었고, 직접 드럼을 연주하는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 대사는 종종 이 클럽 무대에 올랐다. 냇 킹 콜의 피아노곡 제목이기도 한 '원스 인 어 블루문'은 '매우 드물게'란 뜻이다. 임 사장은 "팻 메시니나 윈튼 마살리스 같은 거물 뮤지션들이 와도 홍보할 수가 없어 그때 마침 온 관객은 그야말로 '원스 인 어 블루문'의 기회를 잡는 것"이라며 웃었다.

"대단한 재즈 붐이 일지 않더라도 꾸준히 클럽을 유지할 수만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청담동에 가면 그 재즈클럽이 있더라'고 생각하고 언제든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다면 말이죠." 임 사장은 "유행음악이 아니라 오랫동안 살아남는 음악을 매일 라이브로 들려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국 재즈의 든든한 후원자인 신홍순 전 예술의전당 사장도 이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는 "삭막해지기 쉬운 청담동에서 국내 최고 재즈 연주자들의 무대를 15년이나 지켜온 것이 대단한 일"이라며 "이런 클럽들 덕분에 재즈의 저변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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