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3.31 15:55
중견연출가 한태숙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무대가 펼쳐진다. 국립극단이 15일부터 28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안티고네'.
그리스의 비극 시인 소포클레스(BC 496~406)의 대표작 중 하나로 지난 2011년 한태숙 연출로 무대화돼 화제를 모았던 '오이디푸스'의 뒤를 잇는 작품이다.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와 그가 자신의 어머니인지 모르고 결혼한 왕비 이오카스테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오이디푸스'가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한 인간의 자기인식에 관한 이야기라면, '안티고네'는 자기파괴적인 안티고네와 맹목적 신념에 사로잡혀 결국 산산히 부서지는 크레온이라는 두 인물에 주목한다.
안티고네와 크레온이 펼치는 대립과 싸움이 중심을 이룬다. 국가의 법을 세우고, 반역자를 용서하지 않기 위해 시신매장을 금지하는 칙령을 내리는 크레온, 신의 법을 지키며 혈육을 매장하고 칙령을 어긴 반역죄 앞에 당당한 안티고네. 그러나 둘의 대립은 시신매장 이상의 이면을 지니고 있다. 태생과 혈통, 가치, 시민과 가족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안고 있다.
노회한 통치자 크레온은 회유와 문책을 능수능란하게 펼치는 정치9단의 면모를 펼친다. 갸날프고 연약해 보이지만 안티고네는 예리하고, 폭발적으로 자신의 논리를 펼쳐 맞선다. 크레온은 칙령 앞에도 굳건한 안티고네에게 오만함을 말하고, 안티고네는 크레온에게 운명의 저주를 예고한다. 이렇듯 상반된 두 사람의 싸움은 조용하고 잔인하게 서로의 삶을 조이며, 양보 없이 팽팽하게 펼쳐진다.
관록과 연륜이 돋보이는 배우 신구가 크레온을 맡아 젊은 열정 이상의 에너지를 보여준다. 여기에 섬세한 연기파 김호정이 안티고네를 맡았다. 또한 박정자가 트레시아스로 나서 '오이디푸스'에서 보여줬던 강렬한 카리스마를 다시 한번 뿜어낸다.
원작 코러스의 역할을 '테베 시민'으로 상정해 각각의 이야기를 가진 역할로 재탄생시켰다. 또한 도시의 비극을 예고하는 검은 새떼는 코러스의 움직임을 통해, 공포와 불안의 심리를 형상화한다. 1688-5966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