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영화와, 결혼은 연극과 했죠"

입력 : 2013.03.03 23:50

연극 '에이미' 주연 정승길

연극배우인 장모는 "연극은 생동감 넘치는 게임"이라며 옹호한다. 영화감독 지망생인 사위는 "연극이 흥미진진했던 시절은 갔다. 이제는 연극의 죽음에 대해 토론할 때"라고 맞선다. 사위는 TV 프로그램 제작자로 나서 유명해지지만 투자 사기에 휘말린 장모는 혐오하던 TV 드라마에 출연한다. 연극 '에이미'(작 데이비드 헤어·연출 최용훈)는 현란한 영상과 디지털이 지배하는 시대, 연극은 어떤 의미일까 묻는다.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이미’무대에 선 정승길. 영화배우가 되기 위해 연극에 발을 들였던 그는 무대가 만들어내는‘찰나의 마법’에 빠진 15년차 배우가 됐다. /채승우 기자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이미’무대에 선 정승길. 영화배우가 되기 위해 연극에 발을 들였던 그는 무대가 만들어내는‘찰나의 마법’에 빠진 15년차 배우가 됐다. /채승우 기자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사위 도미닉 역의 배우 정승길(41)에게도 숙제였다. 연극을 무시하는 사위는 바로 그의 모습이기도 했다. 그는 서울예대 영화과를 졸업하던 스물세 살까지만 해도 연극이라곤 한 편도 안 본 '할리우드 키드'였다. 하지만 "영화배우 하려면 연극 연기를 배워야 한다"고 해서 발을 들였다가 '딱 꽂혔다'. 연애는 영화, 결혼은 연극과 한 셈이다. 최근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난 그는 "공연 때 긴장감이 관객과 통하면서 번쩍임으로 바뀌는 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정승길은 최근 가장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중 한 명. 1999년 극단 연우무대의 'AD 2031 제3의 날들'로 데뷔했으니 올해로 15년차. 스스로는 "운이 좋아서"라고 설명하지만 고선웅 김광보 박근형 양정웅 이성열 등 굵직한 연출가들의 작품에 잇따라 출연한 것은 그에 대한 '믿음'이 아니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다.

그는 연극을 "컵 차기의 예술"이라고 했다. 컵 차기는 대여섯 명이 발로 우유팩을 주고받는 게임. 짧은 순간 호흡을 맞추기 편해 연극인들이 유독 즐긴다. 대학로 비공인 신기록은 6년 전 연극 '아트'의 권해효 팀이 세운 478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컵을 받으려면 호흡이 중요하거든요. 배우는 호흡에 집중하고, 관객이 눈앞에 펼쳐지는 '가짜'들의 호흡에 빠져드는 마법이 연극이죠."

'에이미'의 마지막 장면. 유명 영화감독이 된 사위는 연극 무대로 돌아간 장모를 찾아간다. "내 공연이 내 삶"이라는 장모와 유혈 액션 영화를 찍는 사위는 이보다 다를 수 없다. 그런데도 그들은 통한다. 배우와 관객이 통하듯이. "통했다 싶을 때의 쾌감, 그 찰나의 마법 때문에 연극은 영원할 겁니다."

▷연극 '에이미' 10일까지 명동예술극장, 164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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