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들과 돌아온 인디계의 '형님'

입력 : 2013.02.20 23:41

인디밴드와 공연 여는 이승환
나는 한국의 인디가수 1호… 초심으로 돌아가려 릴레이 공연 기획
인디밴드, 아이돌과 대등한 날 올 것… 제 동안 비결은 몸보다 마음
권위적인 '어른 놀이' 싫어하거든요

"7080 콘서트부터 록 페스티벌까지 다 설 수 있는 가수가 저 아닌가요?"

인터뷰 도중 빙긋 웃으며 던진 이 말은 이승환(48)이 어떤 가수인지 설명하기에 더없이 알맞았다. 90년대 젊은이들의 마음을 적신 청춘 아이콘에서 출발해 이름 석 자가 콘서트 브랜드가 된 공연계의 강자로 변신한 그가 이번에는 피 끓는 로커로 인디 밴드들과 에너지 넘치는 공연을 준비했다. 갤럭시익스프레스·로맨틱펀치·안녕바다·옐로우몬스터즈·트랜스픽션 등과 함께 3월 1일 오후 6시 서울 서교동 인터파크 아트센터에서 펼치는 릴레이 공연 '이승환과 아우들' 콘서트다.

'형님'은 물론 '아우들' 역시 넘치는 무대 에너지로 관객 넋을 빼앗기로 유명한 팀들이니 볼 사람들은 각오 단단히 해야 할 듯싶다. 2000년대 초반부터 홍대 클럽에서 노래하며 친분을 다져온 후배들과 의기투합해 준비한 공연이다.

20일 그가 운영하는 서울 성내동 드림팩토리에서 만난 이승환은 "나는 한국의 인디가수 1호라는 자부심이 있다. 이번 공연은 내 음악의 본류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홍대 공연장과 록 페스티벌 무대에 서고, 인디밴드 멤버들에게도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문자 보내고 SNS 친구를 요청하는 등 살가운 모습을 보이면서 후배들과 끈끈해졌다고 한다. 이들은 이승환의 전화 한 통에 모두 흔쾌히 출연을 약속했단다. 5일에는 미국 공연을 위해 출국하는 갤럭시 익스프레스를 뺀 나머지 팀들과 광주에서 공연한다. 15~17일 자신의 밴드를 이끌고 광주·대구·부산 등에서 200~300명 규모의 작은 클럽만을 순회하는 첫 '전국 클럽 투어'도 벌인다. 이전보다 작고 촘촘한 음악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이승환은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희망을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디밴드들과 합동 공연을 여는 이승환은“혼자 힘으로 음반을 내고 내 이름을 알려왔다는 점에서 나도 인디가수 출신”이라며,“ 이번 공연이 스스로 힘으로 음악을 하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드림팩토리클럽 제공
인디밴드들과 합동 공연을 여는 이승환은“혼자 힘으로 음반을 내고 내 이름을 알려왔다는 점에서 나도 인디가수 출신”이라며,“ 이번 공연이 스스로 힘으로 음악을 하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드림팩토리클럽 제공
"최근 몇 년 동안 아이돌이 득세하면서 싱어송라이터들이 크게 줄어들었고 밴드들은 위축됐잖아요. 턱없이 적은 음원 수입, 침해되는 저작권… 이런 걸 비관해 몇 년 전 '한국 음악계는 고사할 것'이라는 말까지 해 돌팔매도 맞았죠(웃음).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밴드 음악을 찾아 듣는 팬들을 지켜보면서 '3~4년만 지나면 가요계에서 아이돌과 밴드 세(勢)가 대등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겼어요."

인디 출신 가수들이 TV 예능 프로에 출연하면서 팬들 사이에서 순수성 논란이 일고 것에 대해서도 "음악 폭이 다양해질 수 있는 긍정적 현상 아니겠냐"고 했다.

이승환은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MBC '위대한 탄생')이나 드라마 OST(SBS '청담동 앨리스')에 참여하는 등 부쩍 대중 친화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 연말 공연에도 이런 경향이 엿보였다. 무대에서 자기 스타일의 음악을 구사하며 네댓 시간을 내달리던 예년과 달리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처럼 40대 안팎의 옛 팬들도 함께 '떼창'할 수 있는 대중적 히트곡을 많이 들려주었다.

"세월 탓이냐"고 묻자 그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제 나이에 아직까지 살아남은 몇 안 되는 가수이긴 하죠. 하지만 지명도 떨어져서 공연장 비는 일이 있으면 안 되잖아요. 적극적으로 제 음악을 알려야죠. 저도 내후년엔 50인데 실버보험도 가입해야죠. 참, 그전에 여자친구 꼭 사귀어야 하는데! 하하."

나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천진난만한 표정과 말투를 가진 그가 치를 떨면서 싫어하던, 그래서 용도 폐기된 애칭이 바로 '어린왕자'. 하지만 동안(童顔)의 비결을 묻지 않을 순 없었다. "집안이 원래 동안이기도 하지만, 어른들이 가진 권위의식 같은 나쁜 것들을 외면하려 했죠. 중요한 건 몸보다 마음인 것 같아요."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