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가 새뮤얼 모스(Samuel F B Morse·1791 ~1872)는 1830년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을 방문하여 소장품 중에서도 빼어난 명작만 모아놓은 전시실인 '살롱 카레'의 모습을 큰 캔버스에 그대로 옮겨 그렸다. 온 벽에 빼곡하게 걸려 있는 서른여덟 점의 그림은 대부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왼쪽 벽은 베로네세의 '가나의 결혼식'이 차지하고 있고, 정면 제일 아랫줄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걸려 있다. 그 벽의 왼쪽 끝에는 카라바조의 '점쟁이', 오른쪽 끝에는 라파엘로가 그린 '성모자상(聖母子像)'이 있다.

그림의 모습은 모스가 방문했던 당시의 실제 전시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몇몇 작품은 그가 임의로 그려넣거나 위치를 옮기기도 했다. 어쨌든 모스는 각각의 작품을 정밀하게 묘사했고, 그 덕에 루브르에 가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 그림을 보면 그 전시실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전시실에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몇명 등장한다. 그 중 한가운데에 앉은 젊은 여인이 모스의 딸이고, 그 등에 기대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이가 모스 자신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루브르박물관은 미술가들이 전시실에서 소장품을 베껴 그릴 수 있도록 허가해주었다. 과거의 걸작을 모사(模寫)하는 것이 미술 교육의 필수 코스였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모스의 야심작이었다. 유럽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 미국의 미술계에 루브르의 걸작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새 자극을 주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 대중의 반응은 차가웠다. 실망한 모스는 화업(畵業)을 포기하고, 발명가가 된다. 그러고 나서 그가 만든 것이 바로 전신기와 모스 부호다. 이쯤 되면 그때 실패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