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1.10 00:49
[연극 데뷔 50년 손숙] 데뷔 땐 '주목할 배우'에 우쭐했죠
1999년, 32일 만에 내려온 장관직… "연극만 하고 살라"는 계시로 생각
50주년이라고 특별 행사는 없어… 작년처럼, 재작년처럼 연기할 것
1963년 5월, 갓 입학한 여대생이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섰다. 개교 기념 공연에 덜컥 여주인공을 맡게 됐다. 남자 주인공은 졸업해 인기 배우가 된 선배였다. 아홉 살 연상의 선배는 손 처리조차 어려워하는 후배를 차근차근 지도했다. 2년 후 둘은 결혼했다. 유진 오닐을 좋아하던 문학소녀는 결혼과 동시에 학교를 그만뒀다. 딸을 낳고 현모양처로 살림하던 어느 날, 명동 거리에서 국립극장 간판을 보고 갑자기 울음이 터졌다. "심장이 펄떡펄떡 뛰면서 속에서 뭔가가 터져 나오는 것 같았어요. 그때 알았죠. 연극 안 하면 못 살겠구나."
올해로 연기 인생 50년을 맞은 배우 손숙(69)은 데뷔작인 고대극회의 '삼각모자'(작 알라르콘 아리사)의 평을 생생히 기억한다고 했다. "한 해 올라가는 연극이 30편이 못 될 때라 대학 공연도 신문에 평이 실렸죠. '주목할 여배우 탄생'이라고 나와서 우쭐했어요." 그런데도 그는 배우의 길과 학업을 모두 포기했다. 사랑이 제일 중요했다. "좋아하는 남자와 결혼해서 살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참 어렸죠."
올해로 연기 인생 50년을 맞은 배우 손숙(69)은 데뷔작인 고대극회의 '삼각모자'(작 알라르콘 아리사)의 평을 생생히 기억한다고 했다. "한 해 올라가는 연극이 30편이 못 될 때라 대학 공연도 신문에 평이 실렸죠. '주목할 여배우 탄생'이라고 나와서 우쭐했어요." 그런데도 그는 배우의 길과 학업을 모두 포기했다. 사랑이 제일 중요했다. "좋아하는 남자와 결혼해서 살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참 어렸죠."
'명동 통곡 사건' 이후 남편을 설득해 올랐던 무대가 당시 명동국립극장의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작 유진 오닐·1968)였다. 손씨는 이 작품의 호연으로 기성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연출가 임영웅씨와 인연을 맺게 된 '그 여자에게 옷을 입혀라'에서는 반바지에 와이셔츠 차림으로 나와 연극계에 '파문'을 던졌다. 그 당시만 해도 엄청난 노출이었다. 신문에 '손숙 벗는다'고 소개되자 관객이 몰려들었다. 그 후 출연작은 150여편. "정확하게는 모르겠어요. 지나고 나면 자료를 다 버려서요. 남기지 말자, 돌아보지 말자는 게 신조예요. 스승이신 이해랑 선생께서는 늘 그러셨죠. '다 태워버려. 배우는 재만 남기는 거야.'"
박수받는 배우였던 그는 1999년 환경부 장관으로 입각했다. 재임 32일. 모스크바 공연 중 2만달러 '격려금' 봉투를 받은 것이 화근이었다. "두 달간 밤마다 벽을 치며 울었어요. 제가 갑자기 입각하는 바람에 지방 공연이 취소돼 손해를 본 극단에 모두 줬는데, 뇌물을 챙겼다는 시선이 억울했어요. 내 잘못이다 싶다가도 분이 끓어올랐어요. 미국 친구 찾아가 함께 그랜드캐니언에 갔어요. 끝없이 망망한 계곡을 보니까 다 잊히더군요." 손씨는 "그 고통이 '너는 연극해라'는 운명의 지시였던 것 같다"고 했다. "장관을 계속했으면 정치권 언저리에서 얼씬거리다가 연극으로 못 돌아왔을 것 같아요."
박수받는 배우였던 그는 1999년 환경부 장관으로 입각했다. 재임 32일. 모스크바 공연 중 2만달러 '격려금' 봉투를 받은 것이 화근이었다. "두 달간 밤마다 벽을 치며 울었어요. 제가 갑자기 입각하는 바람에 지방 공연이 취소돼 손해를 본 극단에 모두 줬는데, 뇌물을 챙겼다는 시선이 억울했어요. 내 잘못이다 싶다가도 분이 끓어올랐어요. 미국 친구 찾아가 함께 그랜드캐니언에 갔어요. 끝없이 망망한 계곡을 보니까 다 잊히더군요." 손씨는 "그 고통이 '너는 연극해라'는 운명의 지시였던 것 같다"고 했다. "장관을 계속했으면 정치권 언저리에서 얼씬거리다가 연극으로 못 돌아왔을 것 같아요."
50주년이라고 특별한 행사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작년처럼, 재작년처럼 꾸준히 공연하며 무대를 지키는 게 가장 빛나는 기념이겠죠." 내달 개막하는 '어머니'(작·연출 이윤택)가 올해 첫 작품. 1999년 초연해 14년째 올린다. 작년 여름 밀양연극제 '어머니' 공연 때는 뜨거운 기립박수에 "당장 그 자리에서 죽어도 좋을 것 같았다"고 했다. "밤 10시 공연인데 어떻게 알고들 왔는지 800석이 차고, 200명이 서서 봤어요." 불빛 보고 날아온 날벌레가 입 안으로 들어가도 모를 정도로 빠져 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연출가 이윤택씨가 한마디 했다. "선생님, 쥑입니더."
오는 4월 산울림소극장에서 임영웅 연출의 창작극에 출연한다. 손씨의 자전적 이야기를 극화한 '나의 황홀한 실종기'는 예술의전당에서 올라간다.
TV 연기자나 영화배우와 달리 연극배우는 자신의 연기를 볼 수 없다. 현장성이 탈색된 녹화 화면은 동일한 공연이라 할 수 없다. 손씨는 "오히려 그 점이 매력"이라고 했다. "미련을 두지 않고 쏟아부을 수 있잖아요. 이다음에 누군가 저를 기억해준다면 무대에서 다 태워버렸던 배우로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어머니', 2월 1~17일,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02)763-1268
오는 4월 산울림소극장에서 임영웅 연출의 창작극에 출연한다. 손씨의 자전적 이야기를 극화한 '나의 황홀한 실종기'는 예술의전당에서 올라간다.
TV 연기자나 영화배우와 달리 연극배우는 자신의 연기를 볼 수 없다. 현장성이 탈색된 녹화 화면은 동일한 공연이라 할 수 없다. 손씨는 "오히려 그 점이 매력"이라고 했다. "미련을 두지 않고 쏟아부을 수 있잖아요. 이다음에 누군가 저를 기억해준다면 무대에서 다 태워버렸던 배우로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어머니', 2월 1~17일,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02)763-1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