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최강 독창진과 정명훈의 조화… 모차르트를 위한 성대한 추도식

입력 : 2012.12.07 23:34

서울시향의 '레퀴엠'

푸치니와 모차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주인공들이 나란히 한 무대에 서 있는 것 같았다고 할까.

6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울시향(지휘 정명훈)의 모차르트(1756~1791) '레퀴엠' 연주회는 국내 정상급의 화려한 독창진이 먼저 눈에 띄었다.

푸치니 '라 보엠'의 로돌포 역으로 정평이 나있는 테너 강요셉과 '모차르트 오페라의 신데렐라'인 소프라노 임선혜, 올해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주역을 거머쥔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과 메조소프라노 양송미까지. '4인 4색' 개성이 무대에서 만발하는 즐거움이 컸다. 특히 장중하면서 위엄을 잃지 않은 사무엘 윤은 바그너 오페라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걸 보여줬다.

정명훈은 모차르트의 미완성 유작인 '레퀴엠'에서 빠른 악장과 느린 악장의 템포를 극명하게 대비시키며 극적 효과를 살리고자 했다. '분노의 날(Dies irae)' 같은 빠른 곡에서는 거침없이 질주하며 가속의 쾌감을 높였지만, 반대로 '눈물의 날(Lacrimosa)'처럼 서정적인 대목에서는 한없이 절제를 요구했다.

이 때문에 빠른 악장에서는 고음악 지휘자 아르농쿠르, 느린 악장에서는 정명훈의 스승인 지휘자 줄리니가 번갈아 무대에 서 있는 듯한 착각마저 안겼다. 이전 시대의 고색창연한 해석과 '시대 연주'의 날렵하고 경쾌한 접근 사이에서 심사숙고 끝에 나온 일종의 절충법.

다만 급격한 완급 조절을 주문하다 보니, '악인들이 심판받아' 대목에서는 악단 내부에서 잠시 혼돈이 빚어졌다. 작곡가의 기일(12월 5일)에 맞춰 열린 이날 연주회는 음악적으로 무척이나 독특한 '추도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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