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곡 흐르는데 돌연 휴대전화 벨소리… 막을 방법 없는 예술의전당

입력 : 2012.12.04 03:01   |   수정 : 2012.12.04 09:02

전파 차단기 현행법으론 불법, 종교 시설·독서실 등선 사용
"장소 따져 설치 허용" 목소리

지난 2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내한공연에서 휴대전화 벨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직원이 벨 소리가 울린 휴대폰 주인을 찾아가 한 차례 주의를 줬지만, 벨 소리는 또다시 울렸다. 다음 날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에는 "한 사람의 실수로 대체 몇 사람이나 피해를 본 것이냐" 등의 항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공연 때는 벨 소리가 1분 가까이 울려 공연이 끝난 뒤 오케스트라가 공연기획사에 공식 항의를 하기도 했다. 당시 공연계에는 이 오케스트라가 다시 내한하지 않을 것이란 말도 돌았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공연 중에 벨 소리로 공연이 방해받는 경우가 너무 많아 2001년에 전파 차단기를 설치해 시범 운용했다"며 "하지만 2003년 정부에서 통신의 자유를 훼손해선 안 된다며 불허 결정을 내려 전파 차단기를 설치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휴대폰 벨 소리의 폐해가 심각해지면서 현행법상 불법인 전파 차단기가 임의로 설치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반경 10~20m의 전파를 차단할 수 있는 전파 차단기가 60만원 정도에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전화 폐해가 정말 심각한지 하루에 문의 전화가 3~4통씩 들어온다"며 "한 달 평균 30대 정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파 차단기 판매 업체의 '주요 고객'은 교회, 절, 성당 등 종교 시설과 정숙이 요구되는 학원, 독서실 등이다. 서울 서초구의 한 교회 관계자는 "몇몇 사람들 때문에 주일에 경건한 마음으로 예배를 보는 2000명의 신도가 피해를 본다"며 "불법인 줄 알지만, 다수의 사람을 위해 불가피하게 전파 차단기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단속 권한이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신고 전에는 알기 어렵고, 신고가 들어와도 전원을 꺼놓으면 기계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단속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장소의 성격을 따져 전파 차단기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립전파연구원 임재우 연구원은 "전파 차단기 설치가 가능한 장소에 대해 합의가 필요하다"며 "휴대폰 벨 소리의 폐해를 막기 위해 전파 차단기 사용을 무조건 불법으로 규정지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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