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스타일, 미술계에선 저항 스타일

입력 : 2012.12.03 23:33

정신·종교성 추구하는 카푸어. 中 인권 요구 '말춤' 패러디
'즉물적' 싸이와의 접속 화제

런던올림픽 기념탑 '궤도' 설계자인 영국 미술가 아니시 카푸어(Kapoor·58)가 11월 21일, '강남 스타일' 패러디를 유튜브에 올렸다. 400여명의 예술가와 함께 촬영한 'Gangnam for Freedom(자유를 위한 강남)'의 조회수는 10여 일 만에 약 22만5000건.

싸이의 패러디 영상은 하도 많아 더 이상 '뉴스'도 아니다. 하지만 카푸어라면 사정이 좀 달라진다. 카푸어는 '정신성'과 '종교성'을 추구하는 진지한 작가. 즉물적이고 직설적인 싸이와 연결하는 상상도 쉽지 않다. 지난달 말 뉴욕타임스는 카푸어를 인터뷰하면서 "유튜브에서 춤추며 돌아다닐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종류의 인물"이라고 했다. 이런 차이와 파격이 화제를 일으키는 것. 게다가 이 동영상은 현대 무용계의 '혁신적 안무가' 아크람 칸이 연출, 영국 국립발레단 스타 발레리나 타마라 로호가 '섹시 레이디' 역을 맡았다. 카푸어는 'B급 문화의 아이콘'인 '강남 스타일'을 '자유와 저항의 상징'으로 재탄생시켰다.

인도 출신 영국 미술가 아니시 카푸어(가운데 분홍색 셔츠 입은 남자)가 수갑을 차고 말춤을 추며‘강남 스타일’을 패러디하는 모습. /Bolton & Quinn 제공
인도 출신 영국 미술가 아니시 카푸어(가운데 분홍색 셔츠 입은 남자)가 수갑을 차고 말춤을 추며‘강남 스타일’을 패러디하는 모습. /Bolton & Quinn 제공
2분 55초 분량의 영상에서 손목에 수갑을 차고 말춤을 추던 카푸어가 'End repression. Allow expression(억압을 끝내라, 표현을 허하라)'이라 적은 팻말을 들고 멈춰 서면, 군중은 'Human Rights for China(중국에 인권을)'라 적힌 카드를 꺼내며 응답한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10월 말 '강남 스타일' 패러디로 중국 정부를 비난했다 제재당한 중국 반체제 미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55) 지지를 위한 것. 카푸어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맞다. 몹시 우스꽝스러운 짓거리다. 그러나 예술가들은 진지한 의도를 갖고 바보 같은 짓을 한다."

'저항'과는 거리가 먼 가사에도 불구, 정치적 메시지를 담게 된 건 그만큼 '강남 스타일'이 권위를 획득했다는 방증.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는 "패러디는 원작이 권위 있을수록 의미를 가진다. 예술가들에게는 가사의 뜻보다는 '누구나 강남 스타일을 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