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인, 이번엔 '오페라 정글' 간다… 박쥐 잡으러

입력 : 2012.11.26 03:02   |   수정 : 2012.11.26 10:02

코미디언 김병만 국립오페라단 '박쥐' 출연
술 취한 간수 프로슈 맡아 웃음 전달하는 감초 역으로 노래 안 부르고 한국말 연기
"난 사실 몸치에 박치… 죽어라 외워서 연습했죠"

남미 아마존에서 17일간 TV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촬영을 마친 코미디언 김병만(37)씨는 23시간 동안 비행기를 두 번 갈아타고서 인천공항에 내렸다. 그가 직행한 곳은 집이 아니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연습실. 김씨는 오는 28일부터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라 '박쥐'에서 술 취한 간수 프로슈 역을 맡는다.

"정글로 떠나기 전에 출연 제의를 받고, 그 자리에서 응낙했어요. 드라마는 촬영이 없을 때면 틈틈이 잠을 청하지만, 오페라는 신기해서 눈 감을 틈도 없네요."

4년간 '달인 생활'에 이어 현재 정글을 누비는 김병만에게도 오페라는 첫 도전이다. 그가 맡는 프로슈는 노래를 부르지 않고 말로 연기한다. 3막 초반 술에 잔뜩 취한 채 세태 풍자를 해서 객석에 웃음을 불어넣는 '약방의 감초' 역이다. 김병만은 "쉬운 일은 남지 않는다. 어려운 일을 피하지 않고 부딪쳤을 때 평생 경력으로 남는다"고 했다.

드디어 3막 연습 장면. 간수 모자를 눌러쓰고 등장한 김씨는 술에 취해 세트에서 굴러 떨어지면서도 샴페인 병만은 손에서 놓지 않는 '달인 연기'를 선보였다. 원작에 등장하는 쥐를 이용해서 곧바로 "까먹'쥐', 헐뜯'쥐', 싸우'쥐'" 같은 말장난을 하더니 소녀시대의 히트곡 '지(Gee)'까지 패러디해서 불렀다. 연습 중에도 김씨는 미리 써온 원고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빵' 터뜨려야 하는 대목에는 빨간 펜과 형광펜으로 밑줄까지 쳐놓았다.

오페라 '박쥐'를 연습 중인 코미디언 김병만. 쥐를 들고 있는 테너 리처드 버클리스틸(오른쪽)은 독일어로 노래해서 서로 뜻이 통할 것 같지 않은데도, 찰떡처럼 궁합이 맞았다. /채승우 기자
오페라 '박쥐'를 연습 중인 코미디언 김병만. 쥐를 들고 있는 테너 리처드 버클리스틸(오른쪽)은 독일어로 노래해서 서로 뜻이 통할 것 같지 않은데도, 찰떡처럼 궁합이 맞았다. /채승우 기자
오페라 '박쥐'를 연습 중인 코미디언 김병만. 쥐를 들고 있는 테너 리처드 버클리스틸(오른쪽)은 독일어로 노래해서 서로 뜻이 통할 것 같지 않은데도, 찰떡처럼 궁합이 맞았다. /채승우 기자
오페라의 주요 출연진은 모두 독일어로 노래하지만, 김병만은 우리말로 연기한다. 그는 독일어를 능청스럽게 알아듣는 척하면서 이 장벽마저 또다시 개그의 소재로 써먹었다. 영국 연출가 스티븐 로리스도 시종 웃음을 참지 못하는 걸 보면, 확실히 김병만의 개그는 '만국 공용어'다. 로리스는 김씨의 개그 동영상을 본 뒤, "내가 찾던 캐릭터"라면서 출연 분량을 대폭 늘렸다.

그는 "연습할수록 출연 분량이 자꾸 늘어난다. 이러다 주인공이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눙치더니, 곧바로 정정했다. "실은 '몸치' '박치'예요. 한 번 리듬을 놓치면 결코 못 쫓아가요. 지금 보시는 건 수없이 반복하고 외워서 연습한 결과죠."

갓 스물에 고향 전북 완주에서 상경해 대학로 극단의 문을 두드렸을 때부터 그의 꿈은 '희극배우'였다. 개그맨 공채 시험에 7번 연속 낙방했다. 그는 "공연 포스터를 붙이거나 신문 배달했던 것도 돌아보면 모두 소중한 경험"이라고 했다.

그의 우상은 코미디언이자 영화배우 겸 감독이었던 찰리 채플린. 채플린의 영상 자료는 빼놓지 않고 모았다. "채플린처럼 나이 들었을 때 후배들의 박수를 받으며 '공로상'을 받는 날을 꿈꾼다"고 했다. 연습이 끝난 뒤에도 그는 커튼콜 이후에 선보일 '깜짝 퍼포먼스'를 위해 지휘 동작 연습에 들어갔다.

▷국립오페라단의 '박쥐', 28일~12월 1일 예술의전당, (02)586-5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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