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1.25 23:30
연극 '로맨티스트 죽이기'
국립극단의 '삼국유사 프로젝트' 중 마지막 작품인 연극 '로맨티스트 죽이기'(작 차근호, 연출 양정웅)는 세상을 낭만주의자(romanticist)와 현실주의자(realist)의 대립으로 읽는다. 천 년 고서(古書)에 담긴 철학을 현대적 틀에 담으려는 프로젝트의 맥(脈)은 '로맨티스트'에 이르러 진평왕과 변신 여우, 도화녀를 불러냈다. 왕은 "신라의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며 흥륜사 건축을 명한다. 공사를 맡은 낭만주의자 길달(한윤춘)과 현실주의자인 비형(이승주)은 대립 끝에 칼을 겨누게 된다.
작품 속 신라는 이분법적 설정에 의해 지탱된다. 낭만주의자는 남을 더 생각하고, 현실주의자는 자기만 앞세운다. 낭만주의자는 소통하는 자이며, 현실주의자는 통제하는 자다. 도식적인 구분에 따라 예측 가능한 결론을 향해 가는 서사는 "로맨티스트는 언제나 리얼리스트에게 죽는다"와 같은 직설적인 대사로 이어져 관극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낭만이냐 현실이냐 선택만 하면 성격과 운명이 결정되는 세상에 반성과 음미의 쾌감이 가능할까?
작품 속 신라는 이분법적 설정에 의해 지탱된다. 낭만주의자는 남을 더 생각하고, 현실주의자는 자기만 앞세운다. 낭만주의자는 소통하는 자이며, 현실주의자는 통제하는 자다. 도식적인 구분에 따라 예측 가능한 결론을 향해 가는 서사는 "로맨티스트는 언제나 리얼리스트에게 죽는다"와 같은 직설적인 대사로 이어져 관극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낭만이냐 현실이냐 선택만 하면 성격과 운명이 결정되는 세상에 반성과 음미의 쾌감이 가능할까?
작품의 매력은 스타일리스트 양정웅이 선사하는 미학적 포만감에서 나온다. 진평왕은 샤넬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늘 입는 옷차림으로 나오며, 화랑은 검은 옷을 빼입고 칼싸움 등 격렬한 액션을 보여준다. 고문 장면에서는 피 한 방울 보여주지 않고 모멸의 고통을 생생하게 전한다. 특히, 무대 뒤편 아크릴판에 투영되는 거대한 영상은 이미지에 사로잡힌 이 시대의 비현실적 진실성을 통렬하게 드러낸다.
▷12월 9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 1688-5966
▷12월 9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 1688-5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