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요마 첼로 리사이틀
13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첼리스트 요요마의 리사이틀은 관습에서 조금씩 비켜가는 파격으로 가득했다. 입장부터 그랬다. 여느 연주자들과는 달리, 이미 10여 차례 내한 공연을 가진 요요마는 만면 가득 미소를 짓고 오른손을 흔들면서 개선장군처럼 입장했다.
이날 요요마의 첼로 앞에는 악보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참조용'일 뿐이라는 듯, 고개를 돌린 채 지그시 눈을 감고 연주하다가 이따금 악보를 넘기는 모습도 이채로웠다. 한 곡이 끝나면 퇴장하는 관례와 달리, 그는 박수에 답한 뒤 곧바로 자리에 앉아 다음 곡을 연주하면서 진행 속도를 높였다. 넉넉하게 앙코르를 4곡이나 곁들인 요요마는 '그만 돌아갈 때'라며 잠든 시늉을 짓거나 거꾸로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면서 환호를 유도하기도 했다. 연주를 연기에 비유한다면, 그는 타고난 '배우'였다.
이날 요요마는 뜨거운 남미와 스페인의 작품부터 첼로로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을 연주한 후반부까지 2시간 동안 음악적 식탐을 그대로 보여줬다. 고(高)음역에서도 깨끗한 음정, 흠잡을 구석 없이 매끈하게 미끄러져 내리는 글리산도(glissando), 부족하거나 넘치는 법 없는 왼손의 떨림은 대가의 솜씨, 그것이었다.
[이렇게 봤습니다]
송영훈(첼리스트) "브람스의 소나타를 첼로로 원곡의 바이올린만큼 자유자재로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팬클럽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회처럼 정겨움이 넘쳤다."
임동혁(피아니스트) "현악은 제대로 분간 못 하는 '눈뜬장님'이지만(웃음), 고음과 저음에서 모두 정확한 음정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김혜수(영화배우) "몸짓과 태도, 호흡까지 혼연일체로 연기하듯 악기를 다루더라. 첼로가 격렬하면서도 섬세하고, 노련하면서도 패기 넘칠 수 있다는 것을 일러준 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