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르고 터뜨리는 힘… 한국 뮤지컬, 일본 중심에 서다

입력 : 2012.11.12 01:53

롯폰기에 '한국 뮤지컬 전용관'
라이선스 대작 위주의 일본 한국 창작뮤지컬에 눈 돌려… 광화문연가·런투유 등 인기
아이돌뿐 아니라 조연도 관심… 향후 日시장 개발에 긍정적

"일본 뮤지컬이 도저히 못 따라갈 경지다."

지난 10일 일본 오사카 신가부키좌(座)에서 개막한 뮤지컬 '광화문연가'를 본 요미우리 TV 관계자의 말이다. '광화문연가'는 이날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제작사인 ㈜광화문연가의 임영근 대표는 11일 "일본 공연 관계자들로부터 '한국 작품의 힘에 무릎을 꿇었다'는 감탄을 셀 수 없이 들었다"고 전했다.

'도쿄의 청담동'이라 할 롯폰기에 한국 뮤지컬 전용극장이 생기게 된 것은 급부상한 한국 뮤지컬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본 뮤지컬 시장 규모는 연간 1조원으로, 한국의 4~5배다. 최대 공연 기획사인 극단 시키(四季)의 매출액만 해도 한국 시장 전체 매출액보다 많은 3000억원 수준. 미국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와 더불어 세계 3대 시장이다.

◇창작극 빈약한 일본, 한국에 주목

이 거대한 시장이 신규 콘텐츠 공급원으로 '낙점'한 곳이 한국이다. 일본은 수십 년간 주로 서구 대작을 라이선스 수입해 공연하는 시스템으로 돌아갔다. 창작뮤지컬 개발은 드물었다. 시키와 공연계를 양분하는 제작사 도호(東寶)조차 20년여 년간 내놓은 창작뮤지컬은 3편 남짓이다.

지난달 일본 오사카 쇼치쿠좌에서 한 달간 인기를 끈 한국 창작뮤지컬‘런투유’공연 중 현지 관객이 환호하고 있다(사진 위). 아래는 지난 10일 오사카 신가부키좌에서 개막한 뮤지컬 '광화문연가'의 현지 공연 장면. 궨광화문연가궩는 내년 1월 도쿄로도 진출할 예정이다. /CJ E&M·㈜광화문연가 제공
지난달 일본 오사카 쇼치쿠좌에서 한 달간 인기를 끈 한국 창작뮤지컬‘런투유’공연 중 현지 관객이 환호하고 있다(사진 위). 아래는 지난 10일 오사카 신가부키좌에서 개막한 뮤지컬 '광화문연가'의 현지 공연 장면. 궨광화문연가궩는 내년 1월 도쿄로도 진출할 예정이다. /CJ E&M·㈜광화문연가 제공
아뮤즈가 CJ E&M과 손잡은 것은 한국 뮤지컬이 장르화될 가능성을 봤기 때문. 지난 7월 한국 뮤지컬만 다루는 정기 발행 전문지가 창간된 것도 한국 작품과 배우의 경쟁력을 입증한다. 브로드웨이 대작에는 없는 일상적인 캐릭터, 서정적인 이야기, 섬세한 무대 연출이 신선한 재미를 준다는 평가다.

100% 창작뮤지컬뿐 아니라 사실상의 창작인 '환골탈태' 뮤지컬도 일 본 관객 취향에 잘 맞는다. 지난 9월 도쿄 공연에서 매진을 거듭한 '잭 더 리퍼'(엠뮤지컬아트)는 원래 체코 뮤지컬이지만, 주인공 이름과 기본 뼈대만 가져왔을 뿐, 무대 장치에서부터 세부적 연출까지 모두 한국산이다. 일본 측에서 원작 국가인 체코 측에 수입을 타진했다가 한국 측에 재접촉했다는 사실은 이를 재확인해주는 부분이다. 오프 브로드웨이 원작보다 탁월하다는 '쓰릴미'(뮤지컬해븐)는 지난 7월 공연 때 매진에 힘입어 내년 3월 도쿄 재공연이 확정됐다.

◇한국 배우들의 '지르는 힘'

연기도 그렇지만, 특히 뮤지컬에서 한국인의 '지르는 힘'은 대단한 경쟁력으로 꼽힌다. 극단 시키의 아사리 게이타 회장이 "한국 배우 구강 구조가 궁금하다"고 했을 정도다. 지르고 터뜨리는 한국식 발성에 쾌감을 느낀다는 게 중론이다.

인기가 한류 아이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향후 시장 개발의 청신호다. "한국에선 조연도 일본 가면 스타 돼서 귀국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본 관객은 작품이 마음에 들 경우 주·조연을 가리지 않는 폭넓은 애정을 보여준다. 지난달 오사카 쇼치쿠좌 공연에서 평균 객석 점유율 90%를 기록한 '런투유'는 관객 요청에 아이돌 초신성뿐 아니라 조연 배우까지 함께 악수회를 열었다.

아이돌 없이 도전하는 첫 대극장 뮤지컬도 나온다.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CJ E&M·극단 갖가지)은 내년 1월 도쿄 아카사카 ACT대극장에서 배우 김다현과 전동석을 내세워 진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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