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쑤시개' 지휘봉, 무대를 휘젓다

입력 : 2012.11.07 23:14

게르기예프의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

영국 런던 심포니와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을 동시에 이끄는 러시아의 '음악 황제'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별명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 별명처럼, 그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중국 베이징을 거쳐 한국에 6일 오전 11시 40분쯤 내린 뒤, 곧바로 공연장인 서울 예술의전당으로 향했다.

숨 가쁜 오후 리허설을 거쳐 저녁이 되자, 서곡과 협주곡 1곡씩과 교향곡 2곡이라는 풍성한 만찬을 내놨다. 게르기예프가 지휘대를 치워버리고 단원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이쑤시개 크기의 미니 지휘봉을 쥐었다가 숨기면서 열 손가락을 바삐 휘젓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관객의 환호에 답하는 피아니스트 손열음(가운데)과 지휘자 게르기예프(오른쪽). /마스트미디어 제공
관객의 환호에 답하는 피아니스트 손열음(가운데)과 지휘자 게르기예프(오른쪽). /마스트미디어 제공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교향곡 15번,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등 온통 러시아식으로 채운 이날 '음악 만찬'은 앙코르 1곡까지 곁들여 꼬박 3시간을 채운 뒤 밤 11시에 이르러야 끝났다. 전반부만 1시간 반에 달해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들려준 후반부가 긴 앙코르처럼 들릴 정도.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지난해 차이콥스키 콩쿠르 2위 입상자. 지휘자 게르기예프는 이 콩쿠르의 대회 위원장을 맡고 있어 반가운 해후(邂逅)가 됐다.


[이렇게 봤습니다]

양성원(첼리스트)
"러시아 악단들은 호쾌하고 웅장한 스케일 대신 투박하고 거친 경우가 많은데, 이 악단의 현악은 눈곱만큼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깊이를 갖추고 있다. 투명하면서 정교한 현악."

김대진(수원시향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중 목관과 금관의 음정이 현악보다도 정확한 정도여서 놀랐다."

최은규(음악 칼럼니스트) "고음과 저음 파트가 균형을 잘 잡아 대단히 명확하고 뚜렷한 소리를 빚어낸다."

신수정(피아니스트) "빈틈없는 기교와 넘치는 끼까지, 쇼스타코비치 협주곡은 손열음에게 어울리는 '맞춤형 옷'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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