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상 휩쓴 '원스'의 연출가, 그가 왔다

입력 : 2012.10.27 00:48

브로드웨이 스타 존 티파니 화제작 '블랙워치'로 내한
"공연이 관객 선택 받으려면 심각한 작품도 즐겁게 만들어야"

현재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라면 단연 이 남자, 존 티파니(41)다. 지난 6월 미국 연극·뮤지컬 분야 최고 권위의 토니상 시상식에서 그가 연출한 뮤지컬 '원스'는 연출상을 비롯해 8개 부문을 휩쓸었다.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을 이끌고 만든 연극 '블랙워치'는 영국 로렌스 올리비에상 등 영미권 시상식에서 22개 상을 받았다. 누적 관객은 20만명이나 된다.

상(賞)에 둘러싸인 그가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이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폐막작으로 '블랙워치'(28일까지)를 올리면서 한국을 찾았다. 개막일인 26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만난 그는 "제겐 공연장이 천국이며, 무대가 세상 최고의 창조물"이라고 말했다.

'원스'와 '블랙워치'의 장르는 다르지만 만드는 원칙은 동일했다. "심각한 작품이라도 볼 때는 즐거워야 합니다. 극장이 아니라 교회에 있는 느낌을 받으면 안 돼요. 공연 예술이 다른 장르를 제치고 관객의 선택을 받으려면 즐거운 도전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합니다."

‘블랙워치’개막일인 26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앞에 선 연출가 존 티파니. /이태경 기자
‘블랙워치’개막일인 26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앞에 선 연출가 존 티파니. /이태경 기자
공연계에서 배우가 아닌 연출가에 시선이 쏠리는 것은 드문 일. 브로드웨이에서 종교처럼 숭배되는 토니상의 후광에 둘러싸인 그는 "쏟아지는 시선 때문에 오히려 겸손해지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라크전 파병 군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블랙워치'는 남성적 힘이 넘치면서도 매우 서정적이다. '10초 싸움'과 마지막 장면 등 시적인 안무가 피나 바우슈의 춤을 보듯 짜여 있다. "병사들이 전쟁터에서 편지를 읽는 장면이 아름다웠다"고 하자 "고맙다. 이대로 죽어도 좋다"며 크게 웃었다.

예술적 감성은 어릴 때 푸치니와 카펜터스의 음악을 들려준 어머니와 아버지에게서 배웠다고 했다. 차기작은 그가 '가장 완벽한 텍스트'로 평가하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리 동물원'. 스웨덴 영화 '렛미인'을 무대로 옮길 계획도 있다. "우리는 세상 모든 것을 즉각 다운받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다운받을 수도 없고, 일부러 찾아가 기다린 후에야 기쁨을 주는 것이 공연입니다. 그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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