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전 음악 왜 하냐고요? 그럼 비틀스는 왜 좋아합니까"

입력 : 2012.10.24 23:26

영국 古음악 지휘자 리처드 이가, 한국서 합동 연주회

LG아트센터 제공

"망가질 때는 두려움 없이, 망가진 뒤에는 최대한 엄밀하게."

23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지하 2층 주차장 옆 연습장. 영국 출신 고(古)음악 지휘자 겸 건반 연주자 리처드 이가(Richard Egarr)와 한국의 바로크 연주단체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의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25일 합동 연주회를 앞두고, 한국과 영국의 고음악 합작 현장이 벌어진 셈이었다.

검은 반소매 셔츠 차림의 이가는 영국식 억양으로 속사포처럼 지시를 쏟아내면서, 빠르게 리허설을 진행했다. 그는 전투 장면을 묘사한 대목에서 건반 앞에서 쓰러지는 흉내를 냈고, 연주가 마음에 들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온몸으로 리허설을 했다. '고음악의 레너드 번스타인'이라는 별명 그대로였다.

리허설 직후 "요즘 왜 고음악을 들어야 하나"라고 묻자, 그는 "비틀스(Beatles)를 좋아하느냐"고 되물었다. "1960년대의 음악을 즐긴다면, 왜 1860년대는 안 되고, 1460년대의 음악은 안 되는 거죠? 옛것은 지루하다는 고정관념 때문이에요."

그는 여덟 살 때 성가대원으로 음악에 입문했다. 매일 2~3곡씩 새 작품을 배웠고, 매주 9차례씩 예배 음악을 노래했다. 케임브리지대 재학 시절에는 한 학번 아래의 동료 바이올리니스트 앤드루 맨지와 실내악단을 결성하고 바로크 곡을 연주했다. 맨지는 '잉글리시 콘서트'의 전임 예술 감독을 지냈고, 이가는 현재 '고음악 아카데미(Academy of Ancient Music)' 음악 감독을 맡고 있다.

▷리처드 이가와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 연주회, 25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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