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국제 청소년 콩쿠르서 공동 우승한 피아니스트 이혁]
매일 열 시간씩 음악 공부, 전국학생체스대회 1등까지
만능 재주꾼… 내달 첫 독주회
하지만 정작 혁이는 "러시아어와 영어로 빠르게 수상자를 발표하는 바람에 꽃다발을 받을 때까지도 1등인 줄 눈치도 못 챘다"고 했다. 공동 우승이라 우승 상금(5000달러)과 최우수 협연상(500달러)은 정확히 반분해서 받았지만, 혁이는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전 악장을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처음으로 협연할 수 있어서 설��다"며 좋아했다.
혁이가 다른 '음악 영재'들과 조금 다른 건,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함께 공부하고 있다는 것. 세 살 때 16분의 1 크기의 미니 바이올린 현(絃)에 색종이를 붙여 운지법을 익히고, 판촉용 상품으로 받은 건반 24개짜리 미니 전자 키보드를 눌러본 것이 그의 '음악 첫걸음'이었다. 혁이는 지금도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하루 4~5시간씩 연습한다. "두 악기를 합쳐서 4~5시간이냐"고 물었더니 "따로따로"라면서 씩 웃었다. 지난 6월 영산음악콩쿠르에서는 바이올린 부문, 작년 한국 스타인웨이 콩쿠르 등에서는 피아노 부문에서 입상한 '만능 재주꾼'이다. 지난 6월에는 대한체스연맹이 주관하는 전국학생체스대회에서 1위에 올랐지만, 혁이는 "3년간 남동생에게 체스를 가르쳤더니 동생도 3등에 올랐다"며 동생 자랑에 신났다. 피아니스트 신수정 전 서울대 음대 학장은 "자연스러운 음악적 감성을 타고났을 뿐 아니라 독서와 체스 등에도 폭넓은 관심을 갖고 있어 좋은 음악가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나이지만 혁이는 집에서 '홈스쿨링'을 한다. 논술 방문교사를 하고 있는 어머니 이희경(41)씨는 "아이가 혹시 아웃사이더로 자라는 건 아닌지 두렵고 무서웠다"고 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아이의 고집에 어머니는 일과표를 짜주고, 스스로 공부하고 연습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했다. 혁이는 아침 7시쯤 기상해 홈스쿨 강좌와 영어 공부를 1시간씩 한 뒤 악기 연습을 하고, 저녁에는 동생에게 체스를 가르치거나 청소년용 '철가면'이나 '죄와 벌'을 읽는다. 그의 MP3 재생기에는 베토벤과 말러의 교향곡,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 클래식 음악 300여곡이 빼곡하게 저장돼 있다.
다음 달 혁이는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피아노 독주회를 연다. 금호아트홀의 영재 콘서트 시리즈로, 11월 10일 오후 3시 무대에 오른다. 그래서 혁이는 바흐와 쇼팽의 독주곡,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8번을 한참 연습 중이다. 독주회 책자에 혁이는 "마셔도 마셔도 계속 차오르는 샘물처럼 제가 사랑하는 음악이 피아노 선율로 고마운 분들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