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의 그날까지 휴대폰은 꺼주세요"

입력 : 2012.10.03 23:11

발레·음악회·뮤지컬 등 출연자가 직접 안내 방송… 관객 주목도 높고 반응 좋아

지난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입장하던 주부 김모(35)씨는 공연 시작 전 안내 방송을 듣다가 깜짝 놀랐다. "연주자로서 가장 기쁜 시간은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함께할 때입니다. 객석과 무대가 하나가 되는 좋은 음악회를 위해서는 여러분의 작은 배려가 필요합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피아니스트 손열음이었다. 김씨는 "평소 좋아하던 연주자의 음성으로 안내 방송을 들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예술의전당 '안내 방송'이 바뀌었다. 지난 8월부터 발레리나 김주원,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김대진과 피아니스트 손열음 등이 직접 '목소리 출연'에 나서고 있는 것. 발레 '백조의 호수'에 앞서 김주원은 "발레 공연은 음악과 아름다운 동작이 어우러지는 장르입니다. 오늘 발레 공연을 더욱 아름답게 감상하기 위해서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방송했다.

객석 반응은 좋은 편. 첼리스트 송영훈과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유창한 영어 안내 방송에는 객석에서 가벼운 탄성이 일기도 했다. 최근에는 발레와 오페라, 연극 등 공연 성격에 따른 '맞춤 방송'도 한다. 발레에는 '무대 뒤에서 땀 흘린 무용수의 노력'을, 연극 '러버'에서는 '평범한 부부의 짜릿한 이중생활' 같은 내용을 강조하는 식이다. 예술의전당 유연경 대리는 "같은 내용이라도 관객 주목도가 훨씬 높아지는 등 반응이 좋아서 참가 아티스트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뮤지컬에서는 주연 배우의 목소리에 유머와 재치를 입힌 안내 방송이 늘고 있다. 올해 초 '닥터 지바고'는 주연 배우 홍광호가 출연하는 날마다 그의 목소리로 미리 녹음된 안내 방송을 틀어 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오는 16일 개막하는 뮤지컬 '영웅'(연출 윤호진)은 안중근 역 김수용과 임현수가 각자의 출연일에 안내 방송을 할 예정이다.

방송 멘트는 이렇다. "이제 여러분은 대한 독립군이 되어 저 안중근과 함께 러시아로 떠나게 됩니다. 거사를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휴대전화의 전원이 꺼져 있는지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국 독립의 그날을 위해 협조 부탁드립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