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9.26 23:00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음악적 자유 갈구 - 연주자 중 최다 신작 연주 "고전만 답습하면 삶은 지루"
전통·현대 아우르는 참신함 - 비발디·피아졸라 사계 묶고
모차르트 영감 받은 곡 모아 "연주는 수백 년을 잇는 다리"
라트비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65)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지휘자 카라얀의 격찬이 '품질 보증서'처럼 따라다녔다. 하지만 그가 위대한 건, 1969년 파가니니 콩쿠르와 이듬해 차이콥스키 콩쿠르 등 숱한 경연대회에서 연거푸 1위를 휩쓸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뒤로 100여 장의 음반을 녹음하면서 정상의 위치에서 내려온 적이 없기 때문만도 아니다. 그는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와 슈니트케(러시아)의 현대음악부터 아르헨티나 작곡가 피아졸라의 탱고까지 현존 바이올리니스트 중 가장 많은 신작을 초연한 '혁신가'다.

오는 16일 자신이 이끄는 앙상블 '크레메라타 발티카'<사진>와 내한 공연을 갖는 그는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밀랍 인형 박물관처럼 기존 작품을 그대로 연주해야 했다면 내게는 삶이 너무나 지루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크레머는 숱한 작품을 초연한 원동력이 "언제나 변화하고픈 갈망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는 "내 음악은 자유에 대한 예술"이라고 규정했다. "구(舊)소련 시절부터 음악적 자유를 갈구했다"는 것이다.
라트비아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의 조부와 부친 역시 바이올리니스트였다. 아버지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2년간 다락방에서 숨어 지내며 학살을 피했다. 크레머는 "소련이라는 전체주의적 체제에서 자라면서 이데올로기의 중압감을 견뎌야 했다. 그곳에서 자유로운 예술가가 되기란 참으로 어려웠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1980년 소련을 떠나 서유럽에 정착했다.
그는 "내 음악은 자유에 대한 예술"이라고 규정했다. "구(舊)소련 시절부터 음악적 자유를 갈구했다"는 것이다.
라트비아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의 조부와 부친 역시 바이올리니스트였다. 아버지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2년간 다락방에서 숨어 지내며 학살을 피했다. 크레머는 "소련이라는 전체주의적 체제에서 자라면서 이데올로기의 중압감을 견뎌야 했다. 그곳에서 자유로운 예술가가 되기란 참으로 어려웠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1980년 소련을 떠나 서유럽에 정착했다.

공산권 붕괴 후인 1997년 크레머는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의 젊은 연주자들과 함께 실내악 앙상블인 '크레메라타 발티카'를 창단했다. 크레머는 "발트 3국은 유구한 합창 전통과 훌륭한 음악 교육 체계,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같은 위대한 발레 무용수와 미샤 마이스키 같은 첼리스트, 그리고 체스 챔피언을 보유한 나라"라며 "이들 나라의 문화적 공통점을 하나로 묶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20대 초반의 연주자들은 독일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의 오케스트라 단원들로 성장했고, 그 자리를 다음 세대들이 채워서 나를 뺀 단원들의 평균 연령은 여전히 28~29세"라며 웃었다.
그는 비발디의 '사계'와 피아졸라의 탱고음악인 '사계'를 묶어 음반 '여덟 계절'로 펴냈고, 2001년에는 모차르트에게서 영감을 받은 후대의 작품을 모은 음반 '모차르트 이후(After Mozart)'로 그래미상을 받았다. 올해도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1982)의 탄생 80주년을 맞아 그는 바흐의 영향을 받은 현대작곡가의 11곡을 모아 '굴드를 위한 헌정'이라는 음반을 냈다. 크레머는 "서로 엇비슷한 연주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굴드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개성을 지니고 있었으며 음반을 통해 그 독창성에 경의를 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통과 현대를 묶는 참신한 파격이야말로 그의 진정한 매력으로 평가받는다. 크레머는 "연주란 결국 300~400년에 이르는 고전 전통과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을 이어주는 '다리(bridge)'와 같다. 그래서 연주자는 언제나 작곡가에게 봉사하는 존재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돈 크레머와 크레메라타 발티카 내한 공연, 16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1577-5266
그는 비발디의 '사계'와 피아졸라의 탱고음악인 '사계'를 묶어 음반 '여덟 계절'로 펴냈고, 2001년에는 모차르트에게서 영감을 받은 후대의 작품을 모은 음반 '모차르트 이후(After Mozart)'로 그래미상을 받았다. 올해도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1982)의 탄생 80주년을 맞아 그는 바흐의 영향을 받은 현대작곡가의 11곡을 모아 '굴드를 위한 헌정'이라는 음반을 냈다. 크레머는 "서로 엇비슷한 연주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굴드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개성을 지니고 있었으며 음반을 통해 그 독창성에 경의를 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통과 현대를 묶는 참신한 파격이야말로 그의 진정한 매력으로 평가받는다. 크레머는 "연주란 결국 300~400년에 이르는 고전 전통과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을 이어주는 '다리(bridge)'와 같다. 그래서 연주자는 언제나 작곡가에게 봉사하는 존재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돈 크레머와 크레메라타 발티카 내한 공연, 16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1577-5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