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에 파격 바람을… 밖에서 투덜대지 않겠다"

입력 : 2012.09.19 23:49

국악계 이단아 원일, 국립국악관현악단 감독 취임 연주회

국립극장 제공
변신일까 변절일까. 작곡가이자 전통 피리와 타악기 연주자인 원일(45·사진)은 그동안 국악 전통의 계승자보다는 개혁가나 '이단아'에 가까웠다.

가수 이상은과 강산에 등을 초대했던 1997년 크로스오버 국악 음반 '아수라(阿修羅)'에서 그는 피리와 태평소, 장구는 물론, 노래와 랩까지 맡아서 세기말의 분노와 우울, 몽상을 한데 버무렸다. 그가 결성한 타악기 그룹 '푸리'의 2007년 음반에서는 판소리 '적벽가' 가운데 '조자룡 활 쏘는 대목'에 피아노와 타악기를 입혀서 화려한 총천연색으로 탈바꿈시켰다.

이 아웃사이더가 올해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최연소 예술감독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에, 국악계는 호기심 반, 놀라움 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1~22일 첫 정기 연주회를 앞둔 원일에게 '주류(主流) 입성기(入城記)'를 들었다.

―황병기·박범훈 등 국악계 원로들이 역임했던 중책을 40대 중반에 맡게 됐다.

"황병기 선생님은 전임자인 동시에 내가 응모했을 당시 심사위원장이셨다. '혼자서 음악을 하는 것과 조직을 이끄는 건 많이 다르지 않으냐'고 질문하셨는데, 그때 '음악 하나 잘하려고 왔다'고 말씀드렸다."

―국악관현악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비판적이지 않았나.

"속된 말로 '찌질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국악관현악이 과연 국악의 미래인지 고민이 많았다. 작곡가로서도 썩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10곡 정도 썼지만, 위촉받을 때마다 마감이 늦은 걸로 악명 높았다. 서양식 관현악법에 비하면 열등감도 있었고, 우리 악기가 지닌 고유의 장맛을 제대로 살리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도 지원한 이유는.

"원래 사명감이라는 말 자체를 싫어하지만, 철없이 놀던 시절도 지났다. 도전 정신으로 가득한 젊은 후배들에게는 나 자신도 이미 깨부숴야 할 대상이 된 걸지도 모른다. 고민을 피하거나 회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한 걸음 나서서 진두지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보았다."

―국악관현악과 서양식 오케스트라의 차이는.

"우리 전통 악기 소리는 자연적인 식물성 소리다. 트럼펫이 강하게 때리는 '태양의 소리'가 서양 오케스트라라면, 전통 관현악은 은은하면서도 충분한 '달빛 앙상블'이라고 할까."

―'원일의 국악관현악'은 어떤 색깔일까.

"서양 관현악의 중심에 화성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장단과 음색이 있다. 미국의 미니멀리즘 작곡가 존 애덤스나 현대음악 작곡가 진은숙에게 신작(新作)을 위촉하고, 국악관현악이 어울리는 피아노 협주곡을 초연하며, 가수이자 작곡가인 정재일 같은 젊은 인재들에게 작품을 맡기고 싶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 21~22일 국립극장, (02)2280-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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