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소년 합창단 유일한 韓人 단원 "지휘자·가수의 꿈 이루고 싶어요"

입력 : 2012.08.14 00:36

조윤상군 방학 맞아 귀국

빈 소년 합창단의 첫 한국인 단원인 조윤상(12)군은 평일 아침 6시 반이면 빈 아우가르텐 궁전에 있는 합창단 기숙사에서 깨어난다. 40분 동안 허겁지겁 아침 식사를 마치고 세수한 뒤 옷을 갈아입고 이 궁전 안에 있는 학교로 뛰어간다. "깔끔한 친구들은 매일 아침 샤워를 거르지 않지만 '정상적인' 아이들은 그저 세수하고 양치질만 하기에도 바쁜 시간"이라 했다. 방학을 맞아 귀국한 윤상이는 13일 인터뷰에서 '오전 수업 4시간과 리허설 2시간, 다시 오후 수업 4시간'의 빠듯한 일과보다는 합창단 친구들과 뛰노는 이야기를 하느라 마냥 신이 났다.

빈 소년 합창단의 첫 한국인 단원인 조윤상군은 장래 희망을 묻자 “지휘자, 음악 치료사, 오페라 가수” 등 음악과 관련된 일만 꼽으며 웃었다.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빈 소년 합창단의 첫 한국인 단원인 조윤상군은 장래 희망을 묻자 “지휘자, 음악 치료사, 오페라 가수” 등 음악과 관련된 일만 꼽으며 웃었다.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밤 9시 반이면 취침해야 하지만, 한밤에 친구들과 성에서 뛰어놀거나 선생님을 깨우는 장난을 쳐 새벽 1시까지 깨어있던 적도 있다"고 했다. 선생님이 단단히 화가 나면 어김없이 반성문을 써야 한다. 토요일에는 자유 시간이 늘어나지만, 일요일 오전에는 미사 준비를 빼먹으면 안 된다. 교육과 생활, 음악의 공동체라는 이 소년 합창단 500년의 정신 때문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윤상이는 서울 제기동의 초등학교에 다니며 피아노와 클라리넷을 배우고, 드럼 치는 걸 즐기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말끔한 단복을 입고 천사 같은 목소리를 들려주는 빈 소년 합창단의 노래를 TV에서 본 이후로 소년의 삶은 달라졌다. 윤상이는 합창단에 들어가고 싶다고 부모님을 무턱대고 졸랐다. 어머니는 반대했지만, 어릴 적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꿨던 아버지는 곰곰이 생각한 뒤 빈 소년 합창단에 직접 이메일을 보냈다. 그해 일본 순회공연 중이던 합창단의 도쿄 무대 뒤에서 윤상이는 한국 동요와 가곡을 불러 1차 합격을 받았다. 2010년 8월에는 오스트리아 빈으로 날아가 최종 오디션을 거쳐 합창단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 합창단의 4개 반(班) 가운데 '브루크너 반'에서 제1 소프라노를 맡은 윤상이는 합창단 공연이 생각보다는 힘들다고 했다. 흔히 천사 같은 목소리로만 알려져 있지만, 실은 두 시간 공연 내내 서 있느라 다리는 후들거리고, 뜨거운 무대 조명에 지치고, 저녁 시간 공연이 많아 때로는 잠까지 쏟아진단다. 하지만 올해 초 카타르 도하에서 모차르트의 종교곡 '기쁘고 즐거워하라' 가운데 '알렐루야'를 독창한 후 숨 막힐 듯한 정적이 지나고 관객들이 일어나 박수를 보내주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윤상이는 합창단에서 자신의 드럼 실력이 가장 빼어나다고 자랑했다. 막 변성기가 시작돼 음역이 알토로 내려가지 않을지 걱정도 했다. 한국의 빅뱅과 미국의 힙합 가수 에미넘의 노래도 곧잘 즐기지만, 꿈을 물으면 언제나 "지휘자와 오페라 가수, 음악 치료사" 등 음악과 관련 있는 일만 꼽는다. 오는 11월 빈 소년 합창단의 내한 공연에도 단원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아리랑'을 부른다고 하는데 목소리 상태가 나쁘면 어쩌죠?" 12세 소년은 걱정조차 천진난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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