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유럽 축제 부럽지 않은 와인과 음악의 호사

입력 : 2012.08.13 23:44

경기필 '한여름 밤의 향연'

'19금(禁) 오페라'는 형식도 내용도 달랐다. 11일 경기도문화의전당(수원)에서 열린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 구자범)의 '한여름 밤의 향연'. 포도주와 스파게티 등 음료와 다과를 제공하는 휴식시간 1시간과 19세 미만 연령제한으로 관심이 쏠렸던 이 음악회〈본지 7월 26일자 A22면 참조〉는 시종 여유가 넘쳤다. 이날 경기 필은 1시간의 '스탠딩 파티'를 포함해 3시간50분에 걸쳐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작곡가 마스카니)와 '팔리아치'(레온카발로) 두 편을 별다른 무대장치나 연출 없이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했다.

#공연장 안

오케스트라는 걸터앉듯이 무대 위와 무대 앞 피트(pit)에 절반씩 앉고, 그 뒤로 독창자와 합창단이 차례로 배치된 무대였다. 땀으로 흠뻑 젖은 머리를 휘날리며 지휘자 구씨가 사인을 보내자, 악단은 끓어올라야 하는 비등점에서 놓치지 않고 열기를 분출했다. 자칫 감상으로 치닫기 쉬운 접근이지만, 플루트와 하프 같은 개별 악기의 섬세함이 균형을 잡았다.

중간 휴식 때 야외 광장에서 와인과 스파게티 등을 제공한 11일 경기 필의‘한여름밤의 향연’. /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중간 휴식 때 야외 광장에서 와인과 스파게티 등을 제공한 11일 경기 필의‘한여름밤의 향연’. /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무대 위에서는 두 오페라에서 모두 남자 주인공 역을 맡은 테너 신동원이 단연 빛났다. 옛 연인에 대한 연정을 사무치게 토로하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첫 아리아부터 그는 명쾌하게 고음을 뽑아냈다. 특히 아내의 배반을 알면서도 무대에서는 거짓 웃음을 지어야 하는 광대의 슬픔을 노래한 '의상을 입어라'에서 그는 목소리 하나에 온몸을 던지는 열창을 선보였다.

#야외광장

1부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작곡가 마스카니) 공연 후 야외광장에 나오자 80개의 테이블에 피자와 스파게티, 와인과 후식이 놓여 있었다. 관객들이 테이블 앞에 서서 와인 잔을 잡을 때쯤, 1부 공연을 갓 마친 경기 필의 금관 5중주와 현악 5중주단이 차례로 나와 영화 '시스터액트'와 '여인의 향기' 삽입곡을 연주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파티 분위기에 맞게 화려하게 차려입고 나올걸…." 야외 뷔페나 잔치를 연상시키는 모습에 관객들은 연방 탄성을 질렀다. 이날 저녁 수원은 잘츠부르크나 바이로이트가 조금도 부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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