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氣 흐름 따라 흔들… 모빌은 시간이 만든 예술"

입력 : 2012.07.12 23:48

'모빌 창시자' 칼더 전시회 찾은 외손자 알렉산더 로워

어머니는 화가, 아버지는 조각가였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예술가의 피'를 속이지 못했다. 25세 때 뒤늦게 그림을 공부했고, 몬드리안에 탐닉했다. '몬드리안의 작품을 움직이고 싶다'는 그의 열망은 1930년대 초 모터를 이용해 '움직이는 조각'을 낳았다. '모빌(mobile)의 창시자' 알렉산더 칼더(Calder·1898~1976) 얘기다.

칼더 전시회 'Noir'가 다음 달 17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회 제목인 'Noir'는 불어로 '검다'는 뜻. 모빌 2점, 스태빌(stabile·칼더 조각 중 움직이지 않는 것을 이르는 말) 4점으로 구성된 전시작은 모두 검은색이다.

전시회 개막 참석차 방한한 칼더의 외손자 알렉산더 로워(Rower·49·칼더재단 이사장)는 "사람들이 칼더의 작품을 색·형태·움직임의 결합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쉬웠다. 흰 벽에 검정 작품을 대비해 작품의 본질을 부각시킨 이번 전시를 통해 할아버지의 작품이 '공간과 시간의 예술'로 인식되길 바란다"고 했다.

'조각'이 어떻게 '시간'의 예술이 될 수 있을까? 로워는 "'모빌' 앞에 서 있는 관람객은 어떤 움직임의 '순간'을 5분 후엔 다시 경험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칼더의 '모빌'에서 '시간'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칼더의 1954년 작 ‘구멍이 있는 검은 모빌’과 함께 한 로워 이사장. /곽아람 기자 aramu@chosun.com
칼더의 1954년 작 ‘구멍이 있는 검은 모빌’과 함께 한 로워 이사장. /곽아람 기자 aramu@chosun.com
칼더는 처음에는 모터를 사용했지만, 1930년대 중반부터 가는 철사에 철판을 연결해 기류(氣流)에 의해 움직이는 작품을 주로 만들었다. '세상을 움직이는 에너지', 즉 기(氣)의 흐름이 칼더의 관심사였다. 로워는 "할아버지는 세상의 모든 것을 하나로 엮는 보편적인 에너지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자기가 만든 오브제엔 자신의 에너지가 전달되며, 그 오브제가 다시 에너지를 뿜어낼 거라고 믿었다. 육감(六感)이 발달한 관객이라면, 할아버지 작품에서 에너지의 파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칼더의 작품이라는 목걸이를 하고 온 로워는 "할아버지는 생전에 1800여개의 장신구를 만들었다"고 했다.

칼더는 조각을 좌대(座臺)와 양감에서 해방한 작가로 불린다. 그의 '스태빌'은 '조각은 묵직하다'는 당시의 통념을 깼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 '존재감'보다 '부재(不在)'가 느껴지도록 얇은 철판을 나사로 조립해 공간이 많은 조각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외할아버지 칼더'는 어땠을까? 로워는 "할아버지와 함께 휴가를 보낸 적도 없고, 할아버지의 취미는 '일'이었다. 아무래도 할아버지는 (일 많이 하기로 유명한) 한국인이었던 모양"이라며 크게 웃었다. (02) 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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