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열정 넘치는 실내악단 발굴하러 왔어요"

입력 : 2012.06.26 00:10

뉴욕 링컨센터 CMS 예술감독 데이비드 핀클 방한 회견
'멘델스존 펠로우십' 오디션 우승팀 2년간 2만달러 장학금

첼리스트 데이비드 핀클(오른쪽)과 피아니스트 우한 부부.
"실내악에는 자아도취에 빠져 홀로 거울만 쳐다보는 스타는 없어요. 서로 동등한 음악인들이 함께 악보를 공부하면서 나누는 대화 같은 것이지요."

미국의 정상급 실내악단인 에머슨 4중주단의 첼리스트이자 미국 '실내악의 1번지'로 불리는 뉴욕 링컨센터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CMS)의 예술감독인 데이비드 핀클(Finckel·61)이 한국의 젊은 실내악단을 발굴하기 위한 공개 오디션인 '멘델스존 펠로우십'을 연다. 우승팀은 향후 2년간 2만달러의 장학금을 지원받는다.

핀클은 25일 내한 기자 회견에서 "세계 음악계에서 두드러진 재능을 보여주는 한국 연주자들이 많고, 젊고 열정적인 한국 관객들도 무척 인상적"이라며 "10년 뒤에는 한국에서 모두 실내악을 즐기고 연주하는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핀클은 2009년부터 한국 음악 영재를 지도하는 프로그램인 'LG와 함께 하는 사랑의 음악 학교'에 참가하기 위해 매년 방한하고 있다.

18~30세 연주자로 구성된 한국의 실내악단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오디션을 위해 핀클이 내건 조건은 다소 독특하다. 실내악 연주를 녹화한 영상(DVD)과 함께 향후 2년간 실내악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3편 이상 보고서로 제출하라는 것. 실내악 공연이나 교육 프로그램부터 협연하고 싶은 연주자 초청과 홍보 계획까지 보고서 주제는 자유롭고 다양하다.

그는 "까다롭고 엄격한 심사 과정을 통해 우리가 보고 싶은 건 음악에 대한 열정과 창의력"이라면서 "엉뚱해 보이는 아이디어로 우리를 놀라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오는 9월 말까지 지원 서류를 받아 11월 1차 합격자를 발표하고, 12월 초 오디션을 거쳐 12월 10일 최종 우승팀을 발표할 계획이다.

핀클은 이날 실내악을 와인에 비유했다. 수천 곡에 이르는 방대한 레퍼토리가 차곡차곡 저장되어 숙성되고 있으며 한 번 음미하면 도저히 헤어나기 어려울 만큼 중독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예전엔 나만 독주(獨奏)를 하고 다른 사람들은 반주하고 있다는 식으로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실내악 활성화 덕에 연주자들 사이의 동등한 대화로 음악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핀클은 1979년부터 에머슨 4중주단의 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그는 다양한 음악 활동을 위해 내년 에머슨 4중주단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혀 세계 음악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내인 피아니스트 우한(52)과는 CMS와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의 실내악축제인 '뮤직@멘로(Music@Menlo)', 클래식 독립 음반사인 '아티스트레드(ArtistLed)'를 함께 이끄는 미국 음악계의 실력자이자 '아이디어 뱅크'다. 아내 우한은 "실내악과 부부 생활은 자신의 이기심을 버리고 상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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