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20년 강산에, 요즘엔 인디밴드 라구요~

입력 : 2012.06.15 03:08

30일, 7월1일 데뷔 20년 콘서트
강한 메시지로 청춘에 감동… 1998년 4집이후 활동 뜸해져
이후 홍대 소극장에서 노래… 6인조 록밴드로 20년 회고

1992년 봄. 홍보사직원들로부터 한 신인가수의 앨범을 받아든 방송사 PD들은 '…라구요' '할아버지와 수박' '예럴랄라' 같은 타이틀을 보고 "무슨 노래 제목이 이러냐"며 면박을 줬다. 그대로 묻혀버리나 싶던 그 앨범은 가요 팬들 사이에 서서히 소문이 퍼졌고, 가수는 '청춘의 아이콘'이 됐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강산에(49)다.

강산에는 30일과 7월 1일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데뷔 20주년을 알리는 콘서트 '합니다'를 연다. 최근 홍대 앞 연습실에서 만난 그에게소감을 묻자 시원시원한 부산 사투리로 말했다. "야(음악)를 곁에 두고 지내면서… 뭐라그러노, 드럽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랬는데 야를 통해서 내가 더 프리(free)해졌지요."

강산에는 이번 콘서트에서 6인조 록밴드'밴드 강산에'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올라 초창기 히트곡부터 최신 앨범까지 20년 음악인생을 아우르는 노래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밴드 멤버 모두 오랜 음악 지기(知己)인데 제 뒤에 가려져 있는 게 미안했어요. 그래서 콘서트에 밴드 이름을 걸기로 했는데 '강산에 밴드'라고 하면 강산에가 데리고 있는 밴드일 것 같아 좀 그렇고, '밴드 강산에'가 좋겠더라고요. (멤버) 니(너)도 강산에고 내(나)도 강산에고 이카면(이렇게 하면) 한결 낫잖아요. 하하."

강산에가 지난 12일 서울 홍대 앞 연습실에서 기타를 들고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그는“음악은 나에게 있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할지 방법을 알려 준‘하우투(how to)’였다”고 했다. /이준헌 기자 heon@chosun.com
강산에가 지난 12일 서울 홍대 앞 연습실에서 기타를 들고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그는“음악은 나에게 있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할지 방법을 알려 준‘하우투(how to)’였다”고 했다. /이준헌 기자 heon@chosun.com
강산에가 지난 12일 서울 홍대 앞 연습실에서 기타를 들고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그는“음악은 나에게 있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할지 방법을 알려 준‘하우투(how to)’였다”고 했다. /이준헌 기자 heon@chosun.com
포크와 록을 버무린 그의 음악은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면서도 긍정의 자세를 잃지 않는 메시지 강한 노랫말과 결합하며 청춘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줬다. 강산에는 "데뷔 시절부터 삐딱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소속사에서 1집 노래 제목들이 이상하다고 방송을 타기 위해선 바꿔야 된대요. '…라구요'는 '갈 수 없는 고향'으로, '예럴랄라'는 '시골여행'으로. 아무리 신인이라도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때부터예요, 삐딱해진 게(웃음)."

그는 "태어나 자라온 환경이 음악색깔을 만들어줬다"고도 했다. "6·25 때 월남한 이산가족끼리 재결합한 가정에서 태어났어요. 복잡한 가족사와 생활고를 견뎌내며 집·학교·교회만 오가는 말 없는 학생이었지만, 대학만큼은 부산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죠. 그래서 서울에만 있는 학과를 알아봤는데 고르고 고른 게 한의대(경희대)였어요. 원래 한의사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죠(웃음)."

강산에는 "정권의 억압과 데모로 얼룩졌던 1980년대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2년 만에 (예과에서) 자퇴했고 1989년 일본으로 도피하듯 떠나 거기서 음악인으로서의 에너지를 받았다"고 했다. "일본 생활은 신천지였죠. 블루스·록·포크 등 한국에서는 이제껏 접하지 못한 다채로운 음악을 마음껏 들었고, 지금의 (일본인) 아내와도 만났어요. '…라구요' 같은 노래를 만든 영감도 그때 얻었습니다."

강산에는 1998년 '거꾸로 강을 거슬러올라가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이 수록된 4집 앨범 전후로 팬들과 만나는 횟수가 부쩍 줄어들었고, 음반 내는 간격도 뜸해졌다. "틀에 얽매이는 성격을 눌러가면서 주류 가요계에 적응하는 데 한계를 느껴 돌연 잠적하고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직장으로 치면 동료들과 물과 기름 같은 부적응자였던 거죠."

강산에는 2000년대 이후 서울 홍대 앞으로 활동 무대를 옮겨 소극장 공연이나 페스티벌 등 소박한 무대에 섰다. 지난해에는 자신이 대표이자 '아티스트'인 1인 레이블 '맛'을 세우기도 했다. 느지막하게 시작한 인디 생활에 대해 그는 "신나게 탄력을 받고 감을 찾는 과정"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당신의 옛날 노래들만 부르지 않느냐"고 찔러보자 그는 겸연쩍게 웃었다. "그러게요. 노래방에서 '…라구요'나 '넌 할 수 있어'말고 다른 노래도 많이 부르는 날이 오면 좋겠는데. 이제 좀 팍팍 알리려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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