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64] 천장 좀 올려다 보세요 천사들이 우릴 훔쳐봐요!

입력 : 2012.05.22 22:45
침실의 천장 한가운데에 동그란 창이 뚫려 있다고 상상해 보자. 낮에는 푸른 하늘에 한가롭게 떠다니는 흰구름이 보일 것이고, 밤이면 수많은 별이 얼굴 위로 쏟아질 듯이 반짝일 것이다. 그런데 만일 누군가가 그 창의 주위에 둘러서서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침실을 내려다보고 있다면 어떨까? 이처럼 시적(詩的)이면서도 야릇한 상상을 그려낸 이가 바로 15세기 중반, 이탈리아의 만토바에서 궁정화가로 활약한 안드레아 만테냐(Andrea Mantegna· 1431~1506)였다. 그는 만토바의 영주였던 루도비코 곤차가의 주문을 받아 '신혼의 방'이라고 불리는 궁전 침실을 그림으로 장식했다.

만테냐 '신혼의 방 천장화' - 1474년경, 이탈리아 만토바의 공작 궁전.
만테냐 '신혼의 방 천장화' - 1474년경, 이탈리아 만토바의 공작 궁전.
원근법과 명암법을 완벽하게 구사한 만테냐는 천장에 창을 그리고 그 주위를 풍성한 과일 묶음과 동그란 구멍이 뚫린 난간으로 둘러쌌다. 진짜처럼 보이지만 전부 그림이다. 난간 위에는 공작새 한 마리가 앉아 있고, 수풀이 무성한 화분을 나무 막대 하나로 위태롭게 받쳐 놓아서 누군가 건드리면 아래 누운 이의 얼굴로 떨어질 것 같다. 그 옆에서는 웃음을 띤 동네 여인들과 날개를 단 통통한 사내아이들이 침실을 내려다본다. 신화의 장면에 자주 등장하는 이 아기들은 큐피드처럼 세속적인 사랑을 상징한다. 따라서 난간 구멍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가 빠지지 않아 울고 있거나 사과를 아래로 던질 듯이 손에 쥐고 있는 것은 천진한 아기들의 장난을 그린 것 같지만 사실은 다분히 성적(性的)인 의미를 품고 있다. 금단의 열매였던 사과는 육체적 쾌락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손에 잡힐 듯 생생한 이 모든 것이 낮은 천장에 그려진 그림이라니, 만테냐는 진정 3D 화면의 선구자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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