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이 공연과] 도저히 견적 안 나온다던 그의 얼굴… 大공사 끝에 꽃미남 변신, 그런데…

입력 : 2012.05.19 03:08   |   수정 : 2012.05.19 09:27

연극 '못생긴 남자'

성형으로 꽃미남이 된 한 남자를 통해‘나는 누구인가’를 돌아보게 하는 연극‘못생긴 남자’는 빠르고 압축적인 전개로 관극의 재미를 안겨준다. /예술의전당 제공
남자는 최첨단 발명품을 내놓은 유능한 엔지니어다. 하지만 회사 사장은 발표회장에 후배를 대신 보내려 한다. 왜냐고 묻는 남자에게 사장은 말한다. "정말 몰라? 자네 얼굴로 안 된다는 걸?" 아내는 위로한다. "그런 얼굴로 의연하게 살아서 존경해요." 남자는 성형수술을 감행한다. 견적이 안 나온다던 의사, 공사에 가까운 대수술 끝에 희대의 꽃미남으로 만들어냈다. 여자들이 줄줄 따른다. 일흔세살 기업 회장까지 추파를 던진다. 의기양양하던 남자, 거리에서 자신과 똑같은 얼굴들을 잇달아 만난 후 경악한다. 도대체 누가 나이고, 나는 누구인가?

연극 '못생긴 남자'(연출 윤광진)는 현실에 질문을 던지고 돌아보게 하는 연극의 힘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지난해 초연 때 대학로 게릴라극장이 미어터지도록 관객이 몰렸다. 올해 예술의전당 '명품연극 시리즈' 작품으로 선정돼 18일부터 재공연에 들어간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선정한 '2011 올해의 연극베스트 3'에 뽑힌 수작이다. 협회는 '속도감 있는 진행, 밀도 높은 몸 연기를 통해 텅 빈 공간이 꽉 채워졌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대한민국연극대상 신인연기상과 동아연극상 신인연기상(이슬비)도 받았다.

독일 작가 마리우스 폰 마이엔부르크(40)의 작품인데, 마치 한국 작가가 쓴 것처럼 뜨끔하고 섬뜩하다. 연출가 윤광진씨는 "한 방송국에서 아나운서 응시생들이 똑같은 얼굴에 똑같은 말투를 쓰는 걸 보고 그로테스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에 대한 연극적 응대가 이 작품"이라고 말했다.

'못생긴 남자'는 연극적 형식미가 내용과 밀착돼 호흡한다. 무대에 등장하는 4명 중 3명의 배우가 옷도 안 바꿔 입고 이름도 그대로이면서 2~3역을 연기한다. 역할 변화는 순간적인 조명 변화와 표정 연기로 이뤄진다. 연출가 윤광진의 감각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누가 누구인지를 가려내다 보면 결국 '나는 누구인가'를 묻게 된다.

보여지는 것이 전부인 세상을 말하기 위해 보이는 것은 최소화했다. 비어 있다시피한 무대의 유일한 장치는 철제 탁자다. 탁자는 수술대도 되고 침대도 됐다가 종국에는 '잘생겨진 남자'가 올라가는 고층빌딩 옥상이 된다. 수술 장면에서 못생긴 얼굴이 잘리고, 갈리고, 찢기면서 '드르륵, 으드드, 징징' 울리는 음향은 심리적 충격을 배가한다. 빠르게는 2~3분 만에 장면 전환이 이뤄지며 70분 남짓한 시간에 압축적인 전율을 선사한다.

수술대 위의 환자를 마취하기 직전 "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떠올려 보라"고 하는 장면은 아련하고 의미심장하다. 남자는 아내를 처음 만나던 날 불던 바람과 열려 있던 차 보닛을 떠올린다. 자아를 형성하고 나를 나이게 하는 그 기억들은, 얼굴이 바뀌고 성격이 바뀐 후에도 남아 있을까? 남아 있더라도 그 느낌 그대로일까?

단순히 "성형이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작품이 아니다(공연을 본 한 성형외과 의사가 "광고 협찬을 하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성형도 자아 선택의 한 범주라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거기에 이르기까지와 그 이후를 묻는다. '못생긴 남자'로 나오는 배우 오동식씨는 "사회가 정해놓은 절대성에 굴복하는 사람의 이야기"라며 "외양의 획일화가 정신까지 침투했을 때의 현실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6월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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