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 등장한 한국 전통 공연, 전혀 다른 색(色)으로 관객 유혹한다

입력 : 2012.05.04 13:31

한국형 클럽 파티 '모던.한'(Modern.韓)
다양한 전통 악기와 어우러지는 밴드 음악에 굿판까지 벌어져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관객과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기획

연희(演戱) 전공자인 전영랑 씨와 국악 현악 4중주 All Look이 굿을 재현하는 공연을 하고 있다./사진=모던한
연희(演戱) 전공자인 전영랑 씨와 국악 현악 4중주 All Look이 굿을 재현하는 공연을 하고 있다./사진=모던한

지난달 14일 종로의 한 라운지(Lounge) 클럽. 본래대로면 춤추는 사람들로 가득해야 할 무대에 어깨가 살며시 비치는 요염한 검은색 퓨전 한복을 입은 젊은 연주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곧이어 한국 전통 현악기 연주가 조용히 이어지는가 싶더니, 빠르고 강렬한 리듬으로 바뀌며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베이스 기타와 드럼, 장구와 어우러지는 콜라보레이션 무대에 이어지는 공연의 정점은 ‘굿’이었다. 화려한 한복을 입은 미녀 무당이 이끄는 굿판에는 진짜 돼지 머리 대신 황금색 돼지저금통이 등장했고 공연을 관람하던 관람객들은 어깨춤을 추며 길조(吉兆)를 상징하는 빨간색 깃발이 뽑힐 때마다 함께 환호성을 올렸다. 가장 모던(Modern)한 공간에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는 가장 전통의 방식으로 구현한 공연이었다.

한국형 클럽 파티를 표방한 공연 '모던.한'(Modern.韓)의 주인공은 여성 4인조 팀인 국악 현악 4중주 ‘얼룩’(All Look)이다. 젊은 기운이 가득한 이 공연에는 기존과 색(色)다른 요소가 가득하다. 아쟁과 가야금, 거문고, 해금 등의 악기를 연주하는 것을 제외하면, 장소부터 의상, 심지어 그들이 만들어 내는 화음조차 낯익은 동시에 낯설다. 손에 들고 있는 악기만 빼면 의상에서부터 연주까지 어느 하나 ‘전통’(傳統)이라 알고 있는 것과 달랐다.

왜 하필 클럽 파티였을까? 공연을 기획하고 직접 아쟁을 연주한 조인선씨는 "한국 전통 공연이라고 하면 정중동(靜中動)에 순백색의 이미지만 가득하고 지루하다는 편견이 있다."고 지적하며 "이번 공연은 그와는 정반대되는 경쾌하고 섹시한 면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기존 공연은 무대와 객석 간에 거리가 멀고 관객과 호흡이 힘들었다. '모던.한'(Modern.韓)은 관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로 꾸미기 위해 클럽을 택했다."고 말했다.

파티에 참석한 관람객들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공연을 즐겼다./사진=모던한
공연에 참석한 많은 외국인을 위해 퓨전 한복을 입은 사회자 겸 해설자가 직접 영어 해설도 제공했다. 처음부터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관광상품을 개발한다는 목적으로 한국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과 학생을 대상으로 홍보했다. 술과 음식도 막걸리로 만든 칵테일과 파티용 퓨전 한식을 제공해 트렌디(Trendy)한 클럽 파티 분위기를 돋웠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국악을 주제로 유명DJ가 믹싱(Mixing)한 클럽 음악이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바텐더의 화려한 동작이 눈을 사로잡는 칵테일 쇼가 이어져 파티를 찾은 사람들이 자연스레 클럽에 남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했다.

한국형 클럽 파티 '모던.한'은 이후에도 장소와 레퍼토리를 바꿔가며 계속될 예정이다. 기획자인 조씨는 "젊은 관객들과 외국인 관광객들도 즐길 수 있는 좋은 공연을 계속 선보일 계획이다"라면서 "한국 전통 문화를 알리는 관광상품으로 신진 아티스트들이 공연할 수 있는 포맷으로 정착 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안병수PD absdizz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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