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때 우등생이었다는 금발마녀… 배역처럼 놀림감이었던 초록마녀

입력 : 2012.04.26 03:14

'위키드' 두 주인공을 만나다 - 3조원 거둔 뮤지컬 흥행작… 내달 31일 한국공연 앞둬
요즘 한국말 공부중이에요

브로드웨이를 정복한 두 '마녀'를 만나러 갔더니, 화사한 두 미녀가 인사를 건넸다. 내달 31일 개막하는 뮤지컬 '위키드(Wicked)'의 '초록마녀' 젬마 릭스(28)와 '금발마녀' 수지 매더스(28)를 24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싱가포르 공연을 마치고 지난 23일 입국했다. '위키드'의 흥행 성공 여부는 올해 공연계 최대의 관심사다. 9년째 브로드웨이 박스오피스 1위, 전 세계 흥행 매출 3조원, 관람객 3000만명, 토니상·그래미상 등 트로피 35개. 숫자가 증명하는 부동의 1위지만,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와 친하지 않은 국내 관객이 얼마나 공감할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예상을 뛰어넘는 뜨거운 반응이다. 2월 28일 티켓 판매 첫날에 2만3000장이 팔려나가 관계자들조차 깜짝 놀랐다.

젬마 릭스는 세상의 오해 때문에 왕따를 당하는 '초록마녀' 엘파바를 4년째 맡고 있다. 횟수로는 809회나 된다. 그 시간을 손이 말하고 있었다. 일주일에 6일 초록 분장을 하다 보니, 손바닥과 손톱에 지우기 힘들 정도로 초록물이 들었다. 젬마는 "초록마녀로 변신할 때마다 떨리고 흥분된다"고 말했다. "수백번을 해도 배울 것이 새로 생기는 역할이에요. 겉으로는 분노에 차 있지만, 마음 깊은 곳에 마르지 않는 선한 우물이 있죠. 남의 말에 흔들리지 않는 희망과 열정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는 "저도 학교에서 놀림을 받아본 적이 있어서, 연기할 때마다 감정 이입이 된다"고 말했다. "살면서 한번쯤 오해를 받아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오해와 편견을 무찌르고 앞으로 나아가는 용감한 엘파바의 전진에 한국 관객들도 박수를 치리라 믿어요."

'초록마녀' 젬마 릭스 - '위키드'에서 놀라운 가창력을 보여주는 '초록마녀'젬마 릭스(왼쪽). '금발마녀' - 수지 매더스 '위키드'에서 사랑스러운 '금발마녀'로 나오는 수지 매더스. /설앤컴퍼니 제공
'초록마녀' 젬마 릭스 - '위키드'에서 놀라운 가창력을 보여주는 '초록마녀'젬마 릭스(왼쪽). '금발마녀' - 수지 매더스 '위키드'에서 사랑스러운 '금발마녀'로 나오는 수지 매더스. /설앤컴퍼니 제공
그는 원래 엘파바 대역이었다. 리허설을 한 번밖에 못 했는데 갑자기 무대에 오르게 됐다. 처음 엘파바로 선 그날이 생애 첫 무대였다. 믿을 수 없는 갈채가 쏟아지고서야 자신이 해냈다는 걸 알았다. 그전에는 미용실에서 일했다. 밤마다 두 시간씩 차를 몰고 시드니로 가 밴드에서 노래했다. 젬마는 "'위키드' 1막 마지막 부분에서 '중력에 맞설 거야(Defying Gravity)'를 부르며 하늘로 날아오를 때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사랑스러운 공주병 환자 글린다 역의 수지 매더스도 같은 장면을 최고로 꼽았다. "저는 날아오르는 엘파바를 바라볼 뿐이지만, 매번 눈물이 나요. 정말 마법 같은 순간이죠."

그는 기자의 명함을 건네받으며 "감사합니다"라고 한국말로 답했다. 한국 공연이 확정되자 바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6주째 인터넷으로 독학 중이다. "콜라 주세요"라는 문장을 정확하게 발음했다. "영어를 쓰지 않는 나라에서 공연하는 건 처음이에요. 여러 달 머무를 텐데, 한국말을 할 줄 알면 관객과 소통하기 쉬울 것 같아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수지는 외모부터가 천상 글린다다. 화려한 금발인 데다 분홍색이 잘 어울린다. 어디 가나 주목받고 눈에 띄는 글린다처럼 수지도 인기가 많았다. 대학교에서 법학 공부를 하다가 배우가 되려고 1년 만에 그만뒀다. 영화배우 휴 잭맨과 히스 레저가 졸업한 명문 연기 아카데미 WAA PA 출신이다. 2007년 졸업하고 한 달 만에 '위키드' 호주 초연에 캐스팅됐다. "글린다는 실수를 통해서 삶의 이면을 알아가는 캐릭터예요. 관객들도 쉽게 공감하고 좋아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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