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할마시와 닭·개·고양이 情이 쫀득하다

입력 : 2012.04.25 23:27

[리뷰]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

이런 '식구'는 꼭 찾아야 한다.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작·연출 오미영)는 모든 버려진 존재를 위한 응원의 갈채다. 소극장 뮤지컬의 매력이 빛나는 보석 같은 작품이다.

뮤지컬 주인공으로 두 할머니를 내세운 것부터가 대담했다. 어느 날 꽃분홍 양말에 꽃무늬 스카프를 두른 할머니(지화자)가 몽(개)·냥(고양이)·꼬(닭)를 기르는 할머니(박복녀)집에 들이닥친다. "여기가 내 아들 집이니, 내 집"이라며 우기는 '찔긴 할마시'에 화들짝 놀란 박복녀 할머니, 지화자 할머니의 아들을 찾아주러 나선다. 그 와중에 몽냥꼬와 두 할머니의 숨겨진 사연이 드러난다. 따뜻한 화해의 여울목을 건너며, 아들에게 버림받은 할머니, 길 잃은 개, 버려진 고양이, 알 못 낳는 닭은 피 대신 정(情)으로 이어진 진정한 식구가 된다.

소극장 뮤지컬의 전범을 제시하는‘식구를 찾아서’는 두 할머니와 세 동물의 교감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신나는극단 하늘나는오징어 제공
소극장 뮤지컬의 전범을 제시하는‘식구를 찾아서’는 두 할머니와 세 동물의 교감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신나는극단 하늘나는오징어 제공
'식구를…'는 지난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창작뮤지컬상을 받으며 서서히 입소문을 탔다. 폐막 열흘 전부터는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지난 21일 개막한 재공연은 초연 때 없던 몽냥꼬의 오프닝 곡이 추가되면서 세 동물의 사연이 분명하고 진해졌다. 쫀득한 대사가 이어지는 쫀쫀한 짜임새가 돋보인다. 폭소 지뢰가 설치된 장면을 지나면 눈물 폭탄이 터진다. 상한 닭을 먹은 할머니가 뛰어들어간 푸세식 변소의 요란한 소음도 사랑스럽게 들릴 정도다. 빨랫줄과 빨랫감을 이용한 영상 등, 작은 아이디어를 살린 재치가 반짝인다. 220석 소극장의 좁은 무대를 영리하게 활용했다. 심지어 스펙타클하기까지 하다. 아들을 찾아나선 두 할머니가 동사무소, 우체국, 통신사 대리점, 경찰서를 거치는 '대장정'이 빠르고 긴박하게 펼쳐진다.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게 된 두 할머니는 나란히 비를 그으며 '넌 예쁘다'고 말해준다. "구부러진 허리, 늘어진 젖, 출렁출렁 뱃살, 좋은 시절 다 갔네. 하지만 넌 예뻐."

이 작품을 보고 나면 스카프를 둘러매 줄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질 것이다. 우산을 같이 쓰고, 눈깔사탕을 입에 넣어주고 싶어지는 '그 사람'을 우리는 한 명쯤 갖고 있을까?

사회의 낮고 작은 존재를 어루만지는 정서가 뮤지컬 '빨래'를 떠올리게 한다. '빨래'에서 희정 엄마로 출연했던 오미영씨가 극본과 연출을 맡은 점이 눈에 띈다. '빨래'의 '참 예뻐요'처럼 귀에 오래 남는 노래가 없는 점은 아쉽다.

▲6월 24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02)2278-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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