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서선영, 바그너 들고 온다

입력 : 2012.04.11 23:36

콩쿠르 3관왕 성악계 기대주, 김대진의 수원시향이 연주 "진짜배기 음악 하고 싶어요"

소프라노 서선영(28·사진)씨는 만 19세 때인 대학 3학년부터 3년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섰다. 당시 청소년 음악회의 지휘와 피아노, 해설을 맡았던 김대진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가 청소년 관객들에게 성악곡을 들려주고 싶을 때마다 찾았던 '시범 조교'였다. 김 교수가 피아노 반주를 하면서 "노래를 들려주세요"라고 부탁하면, 서씨는 오페라 '라 보엠' 가운데 '무제타의 왈츠'와 슈베르트의 가곡 '송어', 알반 베르크의 초기 가곡 등을 무대에서 불렀다. 김 교수는 "처음 들었을 때부터 음량이 풍부하고, 듣는 귀가 정확해서 앙상블을 맞추는 능력이 탁월했다"고 했다.

9년이 흐르는 사이, '시범 조교'는 한국 성악계의 기대주로 성장했다. 그것도 성악 콩쿠르 3관왕을 차지하면서. 2010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던 프란시스코 비냐스 콩쿠르에 이어 지난해 그리스 아테네의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와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잇따라 1위를 차지한 것. 서씨는 "어릴 적부터 큰 무대에 서 본 경험이 콩쿠르에서 두려움을 털어버리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서씨가 12일과 14일 바그너의 '베젠동크 가곡집'으로 국내 무대에 돌아온다. 김대진 교수가 지휘봉을 잡고, 수원시향이 연주를 맡는다. 서씨는 "바그너의 오페라라면 강한 의지나 희생정신을 보여주는 불굴의 여인상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반대로 그의 가곡에는 우리가 흔히 놓치기 쉬운 서정성이 깃들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11세 때부터 창원시립소년소녀합창단에서 노래하면서 성악가를 꿈꿨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인문계 고교에 진학했다. 정식 성악 레슨을 받기 시작한 건 고교 2학년 때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뒤 독일 뒤셀도르프 음대를 수료했고, 작년부터 스위스 바젤 극장에서 활동 중이다. 다음 달에는 러시아의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런던 심포니의 빈 음악회에도 독창자로 초대받았다. 그는 "진심에서 나오는 음악, 진짜배기 음악, 오로지 음악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프라노 서선영의 바그너 '베젠동크 가곡집' 12일 경기도문화의전당(수원),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031)228-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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