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현란·시끌 경회루 '연향'… 9월엔 좀 나아지려나

입력 : 2012.04.04 23:30
지난 28일부터 사흘간 경복궁 경회루 야외무대에서 열린 '연향'(宴享)은 문화재청이 고궁을 활용한 대표적 문화상품으로 내세우는 전통 공연이다. 작년 시범 공연에 이어 오는 9월 네 차례 올릴 예정인 '경회루 연향'은 정갈한 한식(韓食)을 기대했다가 겉만 번지르르한 족보 없는 음식을 만난 것처럼 당혹스러웠다.

도심 한복판이면서도 사위가 고요한 경복궁에서 저녁에 정악(正樂)과 궁중무용, 판소리를 만난다는 기대에 처음엔 들떴다. 하지만 70분짜리 '연향'은 대형 스피커로 쏘아내는 거리 공연 같았다.

경복궁 경회루 지붕 위에 레이저빔을 현란하게 쏘아 올린‘경회루 연향’.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제공
경복궁 경회루 지붕 위에 레이저빔을 현란하게 쏘아 올린‘경회루 연향’.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제공
미디어아트 기법을 새로 도입했다는 공연은 레이저빔과 서치라이트를 현란하게 쏘아 올려 정궁(正宮)을 놀이공원처럼 만들었다. 고아(高雅)하고 엄숙해야 할 궁중음악까지 대형 스피커를 동원, 고막을 공격했다. 발라드 가수까지 악쓰게 만드는 경회루판(版) '나는 가수다'를 본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야외 연주라서 마이크와 스피커를 쓸 수밖에 없지만, 음향과 연출의 실패라고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

객석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돌아다니거나 사진 촬영을 한다며 시야를 가리는 사람들까지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하지만 경회루 연못 위를 배를 타고 미끄러지듯 가면서 판소리 '수궁가'를 부른 명창 안숙선·고수 김청만의 환상적 호흡이나 고진호의 대금독주 '청성자진한잎'의 여운, 안성남사당바우덕이 풍물단의 줄타기 묘기는 박수를 받을 만큼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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