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 장애 크바스토프… 40년 베이스 바리톤 마감 "아직 새로운 도전 남았다"

"데뷔 40여 년을 맞아서 콘서트에서 은퇴하기로 했습니다. 예술적 목표로 삼았던 높은 수준에 도달하고 싶지만, 건강이 허락하질 않네요."
'작은 거인'의 목소리를 이제는 무대에서 들을 수 없습니다. 독일의 베이스 바리톤인 토마스 크바스토프(53·사진)가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무대 은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후두염으로 지난 석 달간 공연을 취소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지요. 여느 성악가의 은퇴 소식과 다른 건, 조금은 남다른 신체 조건과 이력 때문입니다.
유럽의 임산부들이 입덧을 없애기 위해 복용했던 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으로 크바스토프는 1m32의 단신에 손가락은 7개밖에 없고, 팔과 다리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육체가 악기인 성악가에게 그 육체가 감옥이 된 것입니다. 홍역과 볼거리로 갓난아기 때부터 그는 반 년간 병원 신세를 졌고, 의족 때문에 학교 친구들의 조롱에 시달렸습니다. 하노버 음대 입학 허가를 받지 못해서 법대에 진학했고, 은행 직원과 라디오 방송 진행자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지요.
하지만 그는 "50㎝ 높이의 단상과 1m 정도의 의자에 앉는다면 지휘자와 충분히 눈을 맞추며 노래할 수 있다"면서 끝내 희망을 버리지 않았지요. 결국 1988년 독일 ARD 국제 콩쿠르에서 1위로 입상하면서 그는 성악가로서 길을 개척했습니다.
그는 무대에서 오페라 배역을 소화하기 어려운 신체 조건을 이겨내기 위해 슈베르트와 슈만의 가곡이나 바흐와 하이든의 종교곡에 매진했고, 재즈 같은 폭넓은 장르에 애정을 기울였지요. 결국 2003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베를린 필(지휘 사이먼 래틀)이 연주하는 베토벤의 '피델리오'로 오페라 무대에도 데뷔했습니다.
올해 그는 무대 은퇴를 결심하면서도 "비통한 마음을 남기지 않고 떠나며, 아직 내 삶에는 새로운 도전이 남아있다고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2004년부터 교수직을 맡고 있는 베를린의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후진을 양성하고, 2009년 자신이 설립한 '국제 가곡 성악 콩쿠르'를 통해 실력 있는 후배를 키운다는 계획입니다. 베를린의 공연장인 콘체르트하우스를 통해서는 해설가이자 낭독자로 새로운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하지요. 무릇 위대함이란 모든 것이 충족된 상태가 아니라, 부족함을 메워가는 과정에서 탄생한다는 걸 그의 삶과 음악은 그대로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