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3.28 23:20
백혜선 독주회
해설하고, 시(詩)를 읽고, 연주하고….
피아니스트 백혜선(46)은 2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독주회 2부에 앞서 무대에서 마이크부터 잡았다. 그는 후반부 연주곡인 쇼팽의 '24개의 전주곡'에 대해 설명하면서 "피아니스트들도 솔직히 24곡을 모두 세기 쉽지 않다. 13번째 곡쯤에 언제나 길을 잃는다"고 말했다. 관객들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번졌다.
그는 다시 "20번째 곡에 이르면 폭풍 같은 질주도 잠시 멈추고 '장송행진곡'으로 변한다. 이때 '4곡 남았구나! '하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다시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백혜선은 쇼팽의 24개 전주곡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한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피아노의 시인'이 남긴 이 작품을 하나하나의 시(詩)로 바라보고 24편의 시 모음집으로 생각하자는 것이었다. 할퀴면 상처가 남을 듯 매서운 손끝과 호방한 스케일로 들려주는 전주곡의 작품들에 마음속으로 짧은 제목을 붙이다 보니, 40여 분의 연주 시간도 빠르게만 흘러갔다.
피아니스트 백혜선(46)은 2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독주회 2부에 앞서 무대에서 마이크부터 잡았다. 그는 후반부 연주곡인 쇼팽의 '24개의 전주곡'에 대해 설명하면서 "피아니스트들도 솔직히 24곡을 모두 세기 쉽지 않다. 13번째 곡쯤에 언제나 길을 잃는다"고 말했다. 관객들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번졌다.
그는 다시 "20번째 곡에 이르면 폭풍 같은 질주도 잠시 멈추고 '장송행진곡'으로 변한다. 이때 '4곡 남았구나! '하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다시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백혜선은 쇼팽의 24개 전주곡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한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피아노의 시인'이 남긴 이 작품을 하나하나의 시(詩)로 바라보고 24편의 시 모음집으로 생각하자는 것이었다. 할퀴면 상처가 남을 듯 매서운 손끝과 호방한 스케일로 들려주는 전주곡의 작품들에 마음속으로 짧은 제목을 붙이다 보니, 40여 분의 연주 시간도 빠르게만 흘러갔다.

앙코르에서 백혜선은 드뷔시의 '달빛'을 들려주기에 앞서, 작품에 영감을 주었던 프랑스 시인 폴 베를렌의 동명(同名) 시를 낭독했다. "그들의 노래는 달빛 속에 흐르네. 슬프고도 아름다운 달빛에"라는 시 구절의 여운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그가 들려준 드뷔시는 한결 운치 있고 영롱했다.
이에 앞선 전반부에서 백혜선은 드뷔시의 '영상 2집'과 메시앙의 '꾀꼬리' 등 프랑스 작품을 전진 배치하면서, 무채색에 그치기 쉬운 피아노 건반에 다양한 색채감을 부여하려고 애썼다. 메시앙 특유의 종교적 성스러움을 담은 진행에 새의 지저귐을 포개놓은 '꾀꼬리'에서 백혜선은 자유롭고 은은하면서도, 때때로 광포하게 포효했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1번까지 고전과 낭만, 인상주의를 광범위하게 아우른 이날 연주회는 자칫 초점을 잃기도 그만큼 쉬웠다. 하지만 리사이틀(Recital)이라는 말이 '낭송하다'라는 뜻에서 나왔다는 걸 새삼 일깨우듯, 백혜선은 이날 독주회에도 강하게 자아를 투영했다. 2시간여의 연주가 모두 끝났을 때, 따뜻하면서도 정직한 연주자라는 상(像)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