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진 예술의전당 안내방송
"특히 힘차고 우렁차게 마무리되는 3악장이 끝나고서는 박수를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지난달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지휘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내한 공연이 시작되기에 앞서 이런 장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휴대전화를 끄거나 박수를 자제해 달라는 공고는 세계 공연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이날은 친절하다 못해 시시콜콜하다 싶을 정도였다. 이날 후반부에 연주한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에 앞서서는 3악장 뒤에 박수를 삼가달라고 당부했고, 전날인 27일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 때도 "1악장이 끝나고 나서 박수를 자제해 달라"고 안내했다.
서울 예술의전당의 장내 안내 방송이 독해졌다. '몇 악장 후엔 박수치지 마라'고 일일이 지침을 주지만, 영어로는 간략한 안내에 그친다. 이 '잔소리'는 외국 관객이 아니라, 국내용인 셈이다. 정동혁 예술사업본부장은 "안내 방송이 지나치게 상세하면 식자층 관객들은 점잖게 항의하기도 한다. 하지만 휴대전화벨 소리와 악장 간 박수가 도무지 개선될 조짐이 없어서 회의를 거쳐서 다시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종의 고육책(苦肉策)이지만, 안내 방송 시간을 선택할 때에도 요령이 있다. 단원들이 좌석에 앉아서 개별적으로 조율을 마치고, 악장이 입장하기 직전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연주회의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도, 관객들의 주목도가 가장 높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해설 음악회 경우에는 한 악장이 끝나기 직전에 다음 악장에 대한 간략한 해설을 합창석 뒤편의 대형 스크린으로 띄우기도 한다. 연주가 계속될 것이니 손뼉을 치지 말아 달라는 간접 부탁이다. 클래식의 소비 기반이 점점 넓어지고 있지만, 그럴수록 '사고 방지'를 위한 대책이 점점 더 '쪼잔해'지는 게 지금 우리 음악계의 역설적 현실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