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3.20 23:46
'진실 조작 연극·방송' 파문
'中 애플 공장의 학대' 1인극, 거짓 드러나고 논란 거세지자 "난 연극인, 언론인이 아니다"
우화 저널리즘 위험성 드러내 '남 일 아니다' 국내도 경각심
사회적 대의(大義)를 위해서라면 사실은 조작되어도 괜찮은 걸까?
팩트와 픽션, 엔터테인먼트와 저널리즘이 교차하는 전방위 정보화 시대, 미국에서 한 '개념' 배우의 '거짓말 르포'가 파문을 낳고 있다. 이미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가 활발한 국내와도 무관하지 않은 문제라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개념 배우'의 인기몰이
"공장 입구에 총을 든 경비가 있더군요. 그곳에서 만난 노동자 중에는 12·13·14세 아이들도 있었어요. 화학약품에 중독돼 손을 떠는 노동자, 일을 하다 손이 마비된 사람도 만났어요. 그는 정작 자기가 만든 아이패드(iPad) 완제품을 본 적이 없다고 했어요. 내가 가방에서 꺼내 보여주니까 마비된 손으로 스크린을 만졌어요. 그러곤 말했어요. '마술 같다'고…."
지난 1월 6일 미 공영 라디오(NPR)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 '디스 아메리칸 라이프(TAL)'. 이날 출연자는 사회참여형 1인극 배우로 유명한 마이크 데이지(36)였다. 그는 2010년 1월부터 애플사를 고발하는 1인극 '스티브 잡스의 고뇌와 황홀'로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인물. 2010년 5~6월 중국 선전의 애플 부품 제조사인 팍스콘을 직접 방문해 공장 노동자 수백명에게 들었다는 그의 '스토리'는 청중에게 충격을 안겼다. 그는 국민의 양심을 깨우는 '의식 있는' 배우가 됐고, 이날 방송도 최고 청취율을 기록했다. '미국의 자존심인 애플이 부당 노동으로 돈을 벌고 있다니, 내가 아끼는 아이폰이 중국 미성년 노동자의 고통을 대가로 하고 있다니…' 같은 반응이 줄을 이었다.
주류 매체들도 가세했다. AP, CBS, MSNBC, HBO, PBS, C-SPAN 등 유력 통신과 방송은 그를 인용하거나 출연시켰다. AP, MSNBC 등의 기사가 전 세계로 타전됐음은 물론이다. 덩달아 소비자의 분노는 더욱 뜨거워졌고, 애플에 시정 조치를 촉구하는 청원 운동에는 25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팩트와 픽션, 엔터테인먼트와 저널리즘이 교차하는 전방위 정보화 시대, 미국에서 한 '개념' 배우의 '거짓말 르포'가 파문을 낳고 있다. 이미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가 활발한 국내와도 무관하지 않은 문제라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개념 배우'의 인기몰이
"공장 입구에 총을 든 경비가 있더군요. 그곳에서 만난 노동자 중에는 12·13·14세 아이들도 있었어요. 화학약품에 중독돼 손을 떠는 노동자, 일을 하다 손이 마비된 사람도 만났어요. 그는 정작 자기가 만든 아이패드(iPad) 완제품을 본 적이 없다고 했어요. 내가 가방에서 꺼내 보여주니까 마비된 손으로 스크린을 만졌어요. 그러곤 말했어요. '마술 같다'고…."
지난 1월 6일 미 공영 라디오(NPR)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 '디스 아메리칸 라이프(TAL)'. 이날 출연자는 사회참여형 1인극 배우로 유명한 마이크 데이지(36)였다. 그는 2010년 1월부터 애플사를 고발하는 1인극 '스티브 잡스의 고뇌와 황홀'로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인물. 2010년 5~6월 중국 선전의 애플 부품 제조사인 팍스콘을 직접 방문해 공장 노동자 수백명에게 들었다는 그의 '스토리'는 청중에게 충격을 안겼다. 그는 국민의 양심을 깨우는 '의식 있는' 배우가 됐고, 이날 방송도 최고 청취율을 기록했다. '미국의 자존심인 애플이 부당 노동으로 돈을 벌고 있다니, 내가 아끼는 아이폰이 중국 미성년 노동자의 고통을 대가로 하고 있다니…' 같은 반응이 줄을 이었다.
주류 매체들도 가세했다. AP, CBS, MSNBC, HBO, PBS, C-SPAN 등 유력 통신과 방송은 그를 인용하거나 출연시켰다. AP, MSNBC 등의 기사가 전 세계로 타전됐음은 물론이다. 덩달아 소비자의 분노는 더욱 뜨거워졌고, 애플에 시정 조치를 촉구하는 청원 운동에는 25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만들어진 '진실'
하지만 지난 16일 TAL은 충격적인 방송을 내보냈다. 진행자는 "사실 확인 결과 데이지의 말은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나, 지난 1월 그의 방송분을 모두 취소한다"는 내용이었다. 진행자는 "중국에 상주하는 동료 기자가 데이지의 현지 통역자를 찾아내 확인해본 결과, 데이지 말 대부분이 허구이거나 다른 데서 본 내용을 뒤섞은 것이었다"며 "본 방송이 고수하는 저널리즘의 평판에 해가 되는 일을 하게 돼 유감"이라고 했다. 팍스콘의 노동 환경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지만, 데이지의 말과 주장 상당수는 믿을 수 없다는 게 이 방송의 결론이었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데이지는 진행자의 추궁에 답을 얼버무리거나 변명으로 일관했다.
◇美 언론 충격… 당사자는 "떳떳"
미국의 주류 언론들도 충격에 빠졌다. 데이지를 '재능 있는 예술가'라 평했던 월스트리트저널의 선임 예술 평론가 테리 티치아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고, IT 전문가인 롭 엔데는 "데이지의 거짓말은 애플사나 중국의 부당 노동 행위 시정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데이지는 이렇게 항변했다. "내 열정을 전달하기 위해 지름길을 택한 것이었다…. 먼 나라에서 고통받는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 보도록 했기 때문에 떳떳하다." 그는 또 자기 홈페이지에서 "내가 하는 것은 저널리즘이 아니다. 연극의 도구는 저널리즘의 도구와 같지 않다. 내 작업은 사실과 허구를 섞어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며, 그것이 청중과 교감(connected)을 낳는다"고 주장했다. 즉, 언론 보도가 아닌 '이야기'(storytelling)이므로 언론에 요구하는 엄격한 잣대를 자기에게는 들이대지 말라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우화 저널리즘(fabulous journalism)'의 위험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야기를 제시하는 사람은 "사실과 허구를 혼합하는 스토리텔러"라며 책임을 면하려 하지만, 대중은 "사실을 말한다"고 믿게 된다는 것. 그의 1인극을 상영하는 극장들도 그의 연극을 '논픽션'으로 소개했다.
뉴욕타임스(NYT)의 데이비드 카는 '진짜 저널리즘을 가장한 연극'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더 큰 진실을 이야기하기 위한 방편으로 거짓말해도 좋은가? 단언컨대 노(No)"라고 비판했다. 스티브 잡스 사망 다음 날인 작년 10월 6일 데이지의 기고문을 실었던 NYT는 16일 인터넷판에서 문제 대목을 삭제했다.
1인극 배우의 주장을 그대로 따른 언론에 대한 비판도 대두했다."앞으로 더 많은 (보도) 취소와 사과가 따라야 할 것"(IT 평론가 애릭 해셀달) "이번 논란은 다양한 미디어에서 점점 흐려져 가는 엔터테인먼트와 저널리즘의 경계선이 어디인지를 돌아보게 한다"(NYT 찰스 이셔우드)는 반응도 나왔다.
1인극 배우 데이지, 거짓 르포 전후
▲2010년 1월부터 ‘스티브 잡스의 고뇌와 황홀’ 순회 공연
▲시애틀부터 워싱턴DC까지 관객 5만 인기몰이
▲잡스 사망 다음날인 10월 6일 NYT, 데이지 기고문 게재
▲1월 6일 미 공영라디오(NPR) 출연
▲청취자들 애플 비판 고조. 다른 매체도 데이지 초대
▲NPR 후속 취재 결과 거짓말 판명
▲1월 26일 NPR “데이지 이야기는 거짓”이라고 보도
▲데이지 “나는 저널리스트가 아니라 배우일 뿐”
하지만 지난 16일 TAL은 충격적인 방송을 내보냈다. 진행자는 "사실 확인 결과 데이지의 말은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나, 지난 1월 그의 방송분을 모두 취소한다"는 내용이었다. 진행자는 "중국에 상주하는 동료 기자가 데이지의 현지 통역자를 찾아내 확인해본 결과, 데이지 말 대부분이 허구이거나 다른 데서 본 내용을 뒤섞은 것이었다"며 "본 방송이 고수하는 저널리즘의 평판에 해가 되는 일을 하게 돼 유감"이라고 했다. 팍스콘의 노동 환경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지만, 데이지의 말과 주장 상당수는 믿을 수 없다는 게 이 방송의 결론이었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데이지는 진행자의 추궁에 답을 얼버무리거나 변명으로 일관했다.
◇美 언론 충격… 당사자는 "떳떳"
미국의 주류 언론들도 충격에 빠졌다. 데이지를 '재능 있는 예술가'라 평했던 월스트리트저널의 선임 예술 평론가 테리 티치아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고, IT 전문가인 롭 엔데는 "데이지의 거짓말은 애플사나 중국의 부당 노동 행위 시정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데이지는 이렇게 항변했다. "내 열정을 전달하기 위해 지름길을 택한 것이었다…. 먼 나라에서 고통받는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 보도록 했기 때문에 떳떳하다." 그는 또 자기 홈페이지에서 "내가 하는 것은 저널리즘이 아니다. 연극의 도구는 저널리즘의 도구와 같지 않다. 내 작업은 사실과 허구를 섞어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며, 그것이 청중과 교감(connected)을 낳는다"고 주장했다. 즉, 언론 보도가 아닌 '이야기'(storytelling)이므로 언론에 요구하는 엄격한 잣대를 자기에게는 들이대지 말라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우화 저널리즘(fabulous journalism)'의 위험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야기를 제시하는 사람은 "사실과 허구를 혼합하는 스토리텔러"라며 책임을 면하려 하지만, 대중은 "사실을 말한다"고 믿게 된다는 것. 그의 1인극을 상영하는 극장들도 그의 연극을 '논픽션'으로 소개했다.
뉴욕타임스(NYT)의 데이비드 카는 '진짜 저널리즘을 가장한 연극'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더 큰 진실을 이야기하기 위한 방편으로 거짓말해도 좋은가? 단언컨대 노(No)"라고 비판했다. 스티브 잡스 사망 다음 날인 작년 10월 6일 데이지의 기고문을 실었던 NYT는 16일 인터넷판에서 문제 대목을 삭제했다.
1인극 배우의 주장을 그대로 따른 언론에 대한 비판도 대두했다."앞으로 더 많은 (보도) 취소와 사과가 따라야 할 것"(IT 평론가 애릭 해셀달) "이번 논란은 다양한 미디어에서 점점 흐려져 가는 엔터테인먼트와 저널리즘의 경계선이 어디인지를 돌아보게 한다"(NYT 찰스 이셔우드)는 반응도 나왔다.
1인극 배우 데이지, 거짓 르포 전후
▲2010년 1월부터 ‘스티브 잡스의 고뇌와 황홀’ 순회 공연
▲시애틀부터 워싱턴DC까지 관객 5만 인기몰이
▲잡스 사망 다음날인 10월 6일 NYT, 데이지 기고문 게재
▲1월 6일 미 공영라디오(NPR) 출연
▲청취자들 애플 비판 고조. 다른 매체도 데이지 초대
▲NPR 후속 취재 결과 거짓말 판명
▲1월 26일 NPR “데이지 이야기는 거짓”이라고 보도
▲데이지 “나는 저널리스트가 아니라 배우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