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뮤지컬은 수준 낮다?… 얼마나 잘하는지 보셨습니까"

입력 : 2012.03.15 23:55

'캐치 미…' 주역에 5명 캐스팅, 연출가 왕용범
뮤지컬 수준 떨어뜨린다는데 - 그들은 활력갖춘 준비된 신인, 재미있게 잘하니깐 관객 온다
앙상블이 혹사당한다는데 - "힘든 일 즐겁게 하자" 독려… 아이돌의 배려도 주문하지요

탁자 위에는 '프랭KEY' 도시락, '프랭KEY' 수건, '프랭KEY' 사탕이 가득하다.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에 출연하는 그룹 '샤이니'의 멤버 '키(KEY)'를 위해 팬들이 마련한 것이다. 지난 5일 서울 중구 남산창작센터 연습실에서는 제작진이 '프랭KEY' 도시락을 먹으며 연습에 한창이었다. 주인공을 맡은 키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지적을 받고 있었다. "너 키 짝퉁이지? 소리 다 낸 거야?" 지시를 내리는 이는 연출가 왕용범(38·사진)씨. '아이돌 배우 조련사'로 유명한 그는 '잭 더 리퍼' '삼총사' 등 원작보다 나은 라이선스 뮤지컬을 잇달아 히트시킨 '환골탈태' 전문 연출가이다. 쉽고 경쾌한 그의 뮤지컬은 매회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삼총사' 누적 관객은 24만명, '잭 더 리퍼'는 15만명이다. 돈도 많이 벌고, 욕도 많이 먹는다.

'캐치 미'는 주역 프랭크 역에 5명(엄기준 박광현 김정훈 규현 키)이나 나오는 '퀸터플(quintuple) 캐스팅'으로 화제와 논란을 동시에 불렀다. 연이어 히트작을 내고도 좀체 인터뷰에 나서지 않던 그가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나친 복수 캐스팅으로 뮤지컬 시장을 흐린다는 비판을 받는데?

"왜 우린들 원 캐스트나 더블 캐스팅을 하고 싶지 않겠나? 다양한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회차를 늘리다 보니 복수 캐스팅이 불가피했다."

―주역이 5명인데, 작품 수준이 매회 들쑥날쑥하지 않을까?

"주역 5명 이외 배역은 더블 캐스팅으로 안정성을 높였다. 게다가 이희정·이정열·전수경 등 베테랑이다. '캐치 미' 배우들 수상 트로피 합하면 뮤지컬 작품 중 최다일 것이다."

―아이돌 위주의 캐스팅으로 뮤지컬 수준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있다.

"아이돌이 뮤지컬 좀 안 나왔으면 좋겠다는 분들이 있다. 존중한다. 하지만 보고 싶어하는 관객이 있다는 것도 존중해야 한다. 아이돌 캐스팅은 뮤지컬 시장이 발전하려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슈퍼주니어나 샤이니는 몇 만명을 상대로 공연해 본, 덜 성숙하지만 준비된 신인이다. 기존 배우와 다른 에너지로 작품에 활력을 줄 수 있다. 아이돌이 나온다고 관객이 무조건 많은 것이 아니다. 재미없으면 안 본다. 규현도 처음 '삼총사'에 나왔을 때 관객이 많지 않았다. 나아지니까 오는 것이다. 흥행력 있는 배우가 나오면 뮤지컬 시장을 위해서도 긍정적인 것 아닌가."

지난 5일 남산창작센터 연습실에서‘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주역 중 한 명인 슈퍼주니어의 규현(오른쪽 두 번째)이 앙상블과 함께 춤과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지난 5일 남산창작센터 연습실에서‘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주역 중 한 명인 슈퍼주니어의 규현(오른쪽 두 번째)이 앙상블과 함께 춤과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발탁하는 아이돌의 기준이 있나?

"캐스팅 전에 인성(人性)을 반드시 확인한다. 팀 내에서 혼자 튀려고 하면 아무리 인기 있어도 안 쓴다."

―복수 주역에 일일이 연습을 맞춰주다 앙상블이 혹사당한다던데?

"원래 일은 힘들다. 그러니까 일이다. 앙상블에게는 '이왕 할 거 즐겁게 하자'고 독려한다. 애초에 앙상블을 배려할 인성을 지닌 사람을 주인공으로 뽑는 것은 기본이다."

―아이돌을 배우로 만들어나가는 비결이 있다면?

"제일 중요한 게 관찰하는 것이다. 어떤 매력을 뽑아낼 수 있는지를 유심히 본다. 며칠째 3시간밖에 못 잤다. 미리 과제를 주고 공부하게 하려면 제가 미리 연구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

―28일 개막할 뮤지컬 '캐치 미'의 매력과 장점은 무엇인가?

"'캐치 미'는 미국 외에서는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공연한다. 하나의 삶만 사는 보통 사람에게 일탈의 짜릿함을 안겨줄 작품이다. 의상만 500벌이 넘는다. 가장 브로드웨이 쇼 뮤지컬다운 즐거움을 드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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